다세대주택 가스배관을 타다 경찰에 걸려도 창문을 열거나 잠금장치를 부수는 등 행동을 하기 전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특가법상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 혐의는 무죄, 다른 절도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박씨는 2007년 5월4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보고 물건을 훔치기 위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다가 발은 1층 방범창을 딛고 두 손은 1층과 2층 사이 가스배관을 잡고 있던 상태에서 순찰중인 경찰관에게 적발돼 그대로 뛰어내렸다.
검찰은 박씨가 가스배관을 타고 1층을 지나 2층 창문 앞에 도달한 이상 주거침입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가 시작됐으므로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1ㆍ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2층 창문을 열려고 하거나 2층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집안에 침입하는 행위에 착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주거침입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보려면 구체적인 행위의 시작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은 가스배관을 타다 뛰어내렸으므로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현실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 박씨가 가스배관을 타기 전 인근 주택 1층에 침입해 금목걸이 등 보석류 6점을 훔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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