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88무브먼트! - 희망과 소통
[88무브먼트! 희망과 소통]
<1부> 20대 20명의 총선제안
⑤ ‘나눔’교육에 헌신하는 청년들
<한겨레>와 <희망청>이 청년실업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공동기획 ‘88무브먼트! 희망과 소통’을 마련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거나, 생활을 현장 체험하고, 외국의 사례를 찾아간다. 나아가 더불어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개적인 마당을 펼친다. 또 청년실업 대안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일궈가는 모습도 담는다. 먼저, 총선을 앞두고 20대 20명이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제안하는 ‘한마디’를 몇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만남
“20대 여러분의 ‘희망 제안’을 기다립니다” 에 반가운 사연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 중 ‘교육’ 과 관련한 제안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유가 뭘까?
-동그라미씨는 왜 교육 관련 정책을 제안하게 되었나요?(수진 피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소외돼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세상은 언제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이해도 없이 흔들린다. 여기 흔들리는 세상을, 흔들리는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20대들의 단단한 목소리가 모였다. 귀를 기울여보자.
#소통
노들야학 교사 정민구씨; “중증장애인이 교육 받을 수 있는 정책 마련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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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엔 노들 장애인 야학의 ‘해오름제’가 열렸다. 그동안 마로니에 공원 한 쪽에 친 천막을 걷고 근처 빌딩 2층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고 해서 찾아갔다.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여는 순간에 음악을 틀었어요. MBC 러브하우스에 나왔던 음악이지요. ‘따라라라라~’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모두 정신이 없었는데, 경쾌한 음악임에도 벅찬 마음에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노들야학 교사 정민구(29)씨가 ‘해오름제’를 마친 소감이다. 성인 중증장애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려고 만든 노들야학은 1993년 8월에 개교해 15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글 교사인 정씨는 “학생들에게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를 물으면 ‘지나가는 길에 간판을 읽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보지 못한 곳에 가볼 수 있어 좋다’고 말하더라”며 “학생들의 소망은 작고 사소하지만 한글 교육은 그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총선 후보들에게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한 이 사회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그 누가 되더라도 낙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성인 중증장애인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희망청 문화팀 송병기씨; “어린이·청소년에게 건강한 미디어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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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할 때, ‘키’라고 불러주세요”
송병기(22)씨는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명함이 두 개다. <희망청> 문화팀에서 일하고 있으며 뉴미디어 교육프로그램 그룹 ‘디지크’의 대표다. ‘디지크’는 2006년부터 하자센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상과 사운드를 활용해 ‘미디어 교육’을 진행해왔다. 송씨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무방비 상태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수동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디어 교육을 통해 건강하게 미디어를 이용해야 한다” 며 “다양한 미디어 전공자들, 교육 전공자들이 많은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세대 동아리 ‘사이프’ 김정규 회장; “20대가 고등학생에게 ‘디딤돌’ 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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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대학에 입학해 동아리 사이프의 회장을 맡고 있다는 김정규(25)씨는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 며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사이프는 ‘세상을 바꾸자’를 모토로 기업과 정부기관, 개인 등의 지원을 받아 대학생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다. 김씨는 “고교생들과 연계해 전공 과목인 ‘경제’공부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와 관련된 조언이나 개인적인 고민 상담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안할 얘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생각했던 거에요.” 김씨는 고교시절 자신이 꿈꾸던 작은 바람을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의 제안은 오랫동안 아껴둔 이야기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고교시절에 입시 준비만 하다 보니까 정작 대학에 입학해 어떻게 공부하고, 대학 생활을 시작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대학생들이 고등학생들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새터민 경제교육 남경민씨; “새터민에게 경제교육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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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고향이 평양입니다. 할머니 사촌분들은 아직 평양에 있고요. 어릴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께 북한에 대해 얘길 많이 들었는데, 그게 ‘새터민 프로젝트’와 인연이 된 것 같아요.”
남경민(25)씨는 학내에서 뜻이 있는 친구들과 모여 ‘새터민을 위한 경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남씨는 “새터민 입국 추세가 늘어가는데 그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새터민을 상대로 일어나는 범죄가 많다”고 걱정했다. 남씨는 “새터민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교육은 물론 정부차원의 지원과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들야학의 한 강의실에는 ‘포기는 배추 썰 때 하는 말, 포기는 없다. 한소리반 파이팅!’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소리반 교실은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취재차 만난 20대는 ‘교육’을 통해 ‘나눔’이란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들의 작은 바람에 기꺼이 동참해 줄 총선 후보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글·영상 취재·영상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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