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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누리꾼 모금운동 “미국에 하나 뿐인 한국음악학과를 살리자”

등록 2008-04-06 15:13

UCLA 학생들이 한국음악학과의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UCLA 김동석 교수
UCLA 학생들이 한국음악학과의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UCLA 김동석 교수
미국 UCLA 한국음악과 예산 삭감으로 폐지될 위기
누리꾼 “우리 손으로 지키자” 자발적 모금운동 활발
“한국 외 세계에 하나 뿐인 한국음악학과가 폐지되는 일이 없도록 힘을 모읍시다.”

미국 엘에이(LA) 한 대학에 개설한 한국음악과가 주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으로 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이 학과를 살리려는 모금운동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유시엘에이·UCLA)의 한국음악학과는 지난 1970년에 문을 열어 40여 년의 역사를 유지해왔다. UCLA는 다양한 민족음악학과를 개설해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권의 여러 민속음악을 학생들에게 교육했다. 한국음악학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학과로 자리잡았다. 중국음악학과가 40~50여 명 정도가 수업을 듣는 것에 비해 한국음악학과에는 이번 학기에만 250명이 수강신청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강생인 조던(23·멕시코)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다른 나라의 음악에 비해 독특한 색깔을 가진 한국 음악은 많은 학생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나단(23·스웨덴)도 “한국 음악을 계속 접하는 것은 이곳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학교 쪽은 2004년 “예산 부족 때문에 한국음악학과를 폐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1년 운영비 13만달러(한화 약 1억 2600만원)를 모금해 해마다 납부하거나 영구존속기금 200만달러(한화 약 20억원)를 납부하면 학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국음악학과 교수들에게 통보했다. 슈왈츠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 정부 교육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학과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UCLA는 공립학교라서 주 정부 예산 60%와 기부금 40%로 운영된다. 주 정부 교육 예산이 줄면 학과에 배정되는 예산도 그만큼 준다.

결국 한국음악학과 교수들은 학과 존속을 위한 모금운동을 2004년부터 지역 사회에서 벌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국과 엘에이 지역 신문에 이 사연이 보도됐고, 소식을 들은 부산의 한 대학입시학원인 서전학원이 매년 5만 달러씩 10년 동안 기부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 매년 초 학과가 자체 공연을 벌여 얻은 수익 등을 보태 지금까지 운영비를 충당해왔다. 오세명 서전학원 본부장은 “서전학원 조용문 회장님이 기사를 보고 우리 전통 문화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보라 지시해 기부하게 됐다”며 “우리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매년 13만 달러를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8만5천달러가 모였다. 서전학원에서 보내준 5만 달러에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지원금 2만 달러, 자체 공연 수익금 1만5천 달러 등이다. 아직도 4만여 달러가 모자라 학과 존폐 심사가 예정된 5월까지 모금액을 채우기가 빠듯하다.

윤창식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사업부 직원은 “신규사업 예산으로 올해 쓸 수 있는 돈이 2만 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며 “내년에도 신청하면 검토해보겠지만 우리 1년 예산이 350억 원 정도 수준이라 올해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UCLA 한국음악학과 김동석 담당교수는 “올해는 간신히 유지될 것 같은데 내년이 또 걱정”이라며 “부족한 예산 때문에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악기를 새로 구입하지도 못하는 등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서 누리꾼들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서 누리꾼들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딱한 사정이 입 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모금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 양승진(25)씨는 지난 1일 <미디어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UCLA 한국음악과를 누리꾼들 손으로 살리자”며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양씨는 “한국인 2세들은 한국인이라는 인식을 확신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이런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5일 현재까지 누리꾼 1천여 명이 모금에 동참해 천원, 이천원씩 모은 돈이 370여 만 원이다. 누리꾼들은 ‘힘내라’고 격려 댓글을 달며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UCLA 한국음악학과 살리기 캠페인’은 여러 곳으로 번지고 있다. 국립국악원의 홈페이지에 모금운동을 알리는 누리꾼의 글이 게재됐고, 한 누리꾼은 청와대 신문고에 청원을 넣었다. 누리꾼 ‘좌절금지희망권장’은 “여러분도 어서 청와대에 청원을 넣으세요”라며 청원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이처럼 누리꾼들이 자발적인 모금운동과 함께 청와대에 청원운동을 벌이는 것은 정부차원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UCLA 민속음악대학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중국음악학과와 인도음악학과가 유일하다. 중국음악학과는 중국동포사회의 후원을 받아 많은 지원금을 모았고, 인도음악학과는 지역의 한 의사가 1백만 달러를 기부해 운영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반면 일본음악과는 몇 해 전 예산 부족으로 폐지되었다가 기부금을 모아 다시 개설하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폐지된 학과를 다시 부활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김 교수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실기 위주로 한국악기를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학과라서 이곳이 없어지면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릴 중요한 통로를 잃는다”며 “동포사회의 도움은 물론 한국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겨레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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