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대표 공직겸임 문제없다?
평생교육원장 된 박인주 흥사단 이사장, 사퇴요구 외면
시민단체 대표가 정부 고위 공직을 겸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의 하나인 흥사단의 박인주(58) 이사장은 지난 2월 중순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산하기관인 평생교육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방송통신대 등에 분산돼 있던 평생교육 업무를 통합해 지난 2월 새로 출범했다. 원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흥사단 내부 구성원들은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흥사단 내부 규약을 들어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원장직 겸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최근 구성원들한테 보낸 편지에서 “저의 판단기준은 흥사단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원장을 겸임하는 것이 흥사단의 활동과 충돌이 되거나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흥사단의 한 실무자는 “교육 관련 업무는 흥사단이 교육운동본부를 따로 둘 정도로 치중하는 분야이고, 평생교육 업무 역시 우리 단체의 주요 감시 대상”이라며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비정부 단체의 정체성을 흔드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시민단체 출신이 공직에 진출하면 대체로 사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고문으로 있던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는 장관에 임명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뒀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임명된 박 이사장은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으로, 흥사단 외에도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의 고문도 맡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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