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인정’ 의미 축소…일부는 “수사 어디로 튈지 초조”
삼성그룹은 지난 5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건희 회장이 일부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면서도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며 특검 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삼성 쪽 전략기획실 임원들은 “이 회장의 발언을 맥락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일부 책임 인정’과 같은 해석을 극구 피하려 했다. 한 임원은 “얘기를 들어보니 포토라인이 무너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하더라”며 “회장님이 먼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에 질문들이 쏟아져 그런 대답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회장님이 갔다온 건 거쳐야 할 큰 과정이 하나 지났다는 의미일 뿐이고 사실 지금부터 특검의 수사가 어떻게 될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어 더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불구속’ 쪽으로 기울고는 있지만 이 회장이 기소된다면 앞으로도 기나긴 재판 과정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당장 삼성그룹은 여론을 달랠 해결책이나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해법을 찾기보다는 특검의 수사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그룹 쪽 임원들은 “수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대응 조처나 후속 조처를 얘기할 수 있다”며 “그 조처를 논의해야 할 사람들이 매일 수사에 불려다니고, 또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예측해서 준비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룹 밖에서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삼성그룹이 인적청산이나 전략기획실의 역할을 변화시킬 의지가 전혀 없다는 증거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지난 ‘엑스파일 사건’ 때도 일부에선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결국 구조본이 중심이 된 ‘8천억원 사회 환원’ 등의 방안이 해결책의 중심이 됐다.
이에 대해 한 계열사 고위 임원은 “지금은 특검 수사 상황이라 그룹이 별다른 말을 못하고 있을 뿐 정말 삼성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그런 내부 분위기는 감지된다”며 “조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미 거액 사회 환원 등의 방법은 써본 바 있고, 또 일부라도 위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돈으로 해결한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인적 쇄신을 비롯한 과감한 개혁안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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