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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압수수색 한번 없이…‘비자금 수사’ 무기력

등록 2008-04-06 20:43

특검, 조성 경위등 구체진술 받고도 확인 안해
수조원대 차명계좌, 회삿돈 포함 여부 못밝혀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삼성 쪽이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검팀의 비자금 수사가 무기력한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과 그가 공개한 자료, 이제껏 조사에서 드러난 정황 등을 종합하면, 특검팀의 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 태도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차명계좌에 든 돈의 성격 여부는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이 돈이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인지, 이 회장 개인 돈인지 여부에 따라 횡령·배임죄 성립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또 고가 미술품 구입에 쓰인 돈도 차명계좌 등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돈의 성격은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 등의 범죄 여부와도 관련돼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삼성테크윈(구 삼성항공)이 여성 의류 영수증까지 동원해 가공 비용을 계상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김 변호사한테서 받고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삼성테크윈의 백화점 영수증은 이 회장의 누나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경영하는 신세계백화점 발행으로 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근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 일부가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사는 데 쓰인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의 진술과 개연성이라면 압수수색을 해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숨진 박재중 상무가 직접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김 변호사는 진술은 특히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박 상무는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는 구조본 관재파트의 책임자였다. 그런 그가 직접 삼성엔지니어링에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것은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는 것이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삼성 쪽에서 받은 돈다발을 두른 띠지에 ‘서울은행 분당지점’이라고 쓰인 점도 이 돈이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은행 분당지점은 당시 삼성물산 본사와 가까워, 삼성물산의 비자금이 그룹 구조조정본부로 가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삼성물산을 주요 비자금 조성처로 지목했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나 2005년 엑스파일 사건 수사에서, 정치자금을 이 회장 개인 돈으로 줬다는 삼성의 주장과는 딴판인 정황인 셈이다.

그런데도 특검팀은 이 변호사에 대해서는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의 참고인진술로 대체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고, 삼성물산 압수수색도 없었다. 돈다발을 건넨 이경훈 변호사(미국 체류)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특검팀은 삼성중공업 등의 분식회계 의혹을 놓고도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특검팀은 수조원대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고도 이 돈이 회삿돈인지 여부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개인 돈이라는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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