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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보내지 못한 편지 - 부재자 투표.

등록 2008-04-07 14:23

허겁지겁 뛰어갔다. 그러나 시각은 16시 03분. 이미 부재자 투표소는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고 나서 몇몇 뒤늦게 도착한 학생들이 연이어 후다닥 뛰어들어왔다.
"벌써 끝났어요?"
"네, 4시에 끝났어요."
세상에. 이미 선관위 사람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통, 정상 투표날은 6시까지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는 딱 2일 동안 10시부터 4시 사이에만 가능하다는 것.
"너무 빨리 끝나네요."아쉬워서 한마디 했더니, 나이 지긋한 관계자가 나서서 한마디를 한다.
"우리는 법에 따라 4시에 딱 마치지! 일찍 일찍들 안 오구 말이야.딱 보니, 어디서 놀다왔구만!"
열이 확 차올랐다. 어린 학생들이라고 아주 막말을 하는구나. 투표 못한 것도 서러운데,학생이라고 무시까지 하니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
"수업 마치자마자 바로 왔는데요!"

그래, 정해진 시간에 오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다. 그러나 10시부터 1시까지 수업 듣고, 1시부터 3시까지 또 수업 듣고, 마치자마자 열심히 땀 흘리며,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굴리며, 버스에 내리자마자 열심히 뛰어간 내 노력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선거법은 왜 부재자투표의 시간을 이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 부재자 투표하는 사람은 군인들뿐인 줄 아나, 우리 같은 학생들, 타지에 사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참 수업 듣고 일하기 바쁜 10시부터 4시 사이에 도대체 어떻게 다 투표를 할 수 있겠는가. 이건 투표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반만 보장하는 거나 다름없다.

부재자 투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부재자 투표를 해야 한 하는 유권자들의 권리를 진정 보장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투표소를 더 많은 장소에 설치하든지 투표시간을 늘리든지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만 할 것이다. 투표율 떨어진다고 아까운 전단지만 뿌리지 말고, 진짜 투표율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겨우 4년에 한번 뿐인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음에, 너무나도 억울한 날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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