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몸이 아팠던 것도 이유겠지만 할 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말해야할 지 몰라 시간을 놓치고, 내가 처한 작금의 특수한 상황상 말해도 좋을지 몰라 말을 못하면서 열흘 가까이 보냈다. 그런데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몽준 의원을 둘러싼 성희롱 논란을 바라보면서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서 각종 성추문 관련된 의원들의 버젓한 출마와 별탈 없다는 지지율에 대해서는 말이 아껴지지가 않는다.
한국은 서양 사람들이 바라볼 때 이해 못 할 정도로 "술에 취해서 ~~했다"라는 남자들의 변명이 잘 통하는 사회다. 그리고 소위 잘 나가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여자 문제와 비자금 문제에 대해 근거를 찾을 길 없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가령 재벌총수가 맞고 들어온 아들을 위해 조폭까지 동원해 일반인을 때린 일에는 쌍심지를 돋우지만 이런 불법적인 힘을 동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포함하여 재벌의 전방위적인 힘을 만드는 비자금이나 소위 떡값에는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기 어려운 포용력을 보이며, 정치인들의 부패에는 돌을 던지지만 그들의 각종 스캔들에는 "영웅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둥의 말로 은근슬쩍 뭉게 버리고 모른 척 하기 일쑤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친박 의원들의 분파를 감수할 정도로 나름 까다로운 공천심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각종 성추문을 빚었던 의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자숙의 기간 없이 끌어안았다.
이것을 그저 관용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하는 가부장제적 가치관의 연장선에 있는 잘못된 의식이다. 그리고 수구정당의 이런 기괴한 관용과 선택은 성추문 의원들의 재출마라는 문제자체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얼마나 아직까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으로부터 멀리 서있는가를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도 꽤 많은 여성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표를 던져 줄 것이다. 그것은 여성의 자기기만이기도 하다.
꼭 눈에 보이는 차별만이 차별이 아니다. 한국 여성들이 가정이나 직장에서 겪는 문제들의 상당부분에는 "여성=보호해야할 존재=미숙한 존재"로 보는 잘못된 의식이 깔려 있다. 여성이 신체적인 약자라는 측면에서 하는 배려는 인간적인 것이지만, 여성을 보호한다는 일상의 말들에는 여성이 열등하다는 바람이나 의식에 바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들은 "맞을 짓을 했다"는 말을 변명이랍시고 외쳐대고, 성희롱하는 간부들은 "귀여워서, 친근감을 표현하느라 그랬다"라는 말을 변명이랍시고 떠들어댄다.
바람피다 걸린 아내를 때리는 것은 옳은가? 맞아도 싼 짓이란 것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물리력으로 위해를 가해도 되는 짓은 없다.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한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휘둘러도 대상자가 대항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어난다. 뿐인가? 왜 뜬금 맞게 여자 부하사원을 귀여워하는가, 그것도 성적인 언행을 통해서? 직장내 성희롱이나 사회적 성희롱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귀여워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를 희롱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위치, 힘의 불균형에서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관련된 그릇된 언행은 그들이 뒤로 저지르는 부정한 재산축적이나 자녀들의 병역기피의 문제보다 경량하게 다루어질 이유가 없으며, 다루어져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을 버젓이 공천에 합류한 한나라당이나 당사자들은 무엇이 비도덕적인지, 그것이 왜 심각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 조차 가늠이 안 되는 상태라는 것이며, 이렇게 도덕적 가치관과 여성에 대한 개념 떨어지는 인사들이 지역경제만큼은 살려 줄 거라고 생각하며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의 행동은 비논리의 극치다. 집에서 TV뉴스를 보는데 정몽준 출마자가 여기자의 뺨을 툭툭 건드려 성희롱 파문이 일고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엄마가 여기자를 힐난했다. 이유는 뺨 한 번 툭툭 건드린 건 실수일수도 있는데 너무 과장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한참을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 문제의 본질도 위에 언급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웠고, 이 문제에 대처하는 정몽준 의원의 태도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뺨을 좀 건드린다고 죽진 않는다. 매도 아니니 아픈 것도 아니다. 그럼, 만져도 되나? 왜 만지나? 그럼 여기자가 정몽준 의원이 대답을 안 한다고 와서 뺨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이 되는가? 만약에 MBC 여기자나 한겨레신문 여기자가 의원이나 대통령의 얼굴을 만졌다면 한나라당은 뭐라고 하겠는가? 미쳤다고 하거나 흑심을 품고 추파를 던졌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럼 묻고 싶다. 정의원은 뭔가? 여기자의 가슴을 만지고, 술집주인인줄 알았다고 변명하는 최연희 의원보다 수위가 낮다고 해서 여기자를 "폭행하는 것도 아니고 좀 건드리는 거야 뭐"라고 쉽게 생각하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나를 기함하게 만든 것은 그 행위 자체보다 그 후의 정의원 쪽의 발표였다. 정의원은 처음엔 해명도 않고 자리를 떴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는 "본의 아니게 손이 닿았다"고 하더니, 그날 오후에는 "며칠 잠을 못자 피곤한 상태에서 만졌다"는 사과를 했다. 이 행보에 황당한 사람은 나 하나인가? 우선 본질이 뭔가 묻고싶다. 얼결에 손이 닿은 것인가 아니면 피곤해서 판단력이 흐려져 만졌다는 것인가? 후자라면 사과성명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피곤하면 만져도 되나? 뭔 소리인가? 거짓말이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관행에 물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주의하고 이런 문제에 보다 건강한 담론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겠다" 정도의 쿨한 태도를 보여줄 역량은 안 되는 것인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거는 자기 지역의 발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일을 잘할 일꾼을 뽑는다는 개념도 있지만, 선거구 별로 유권자들의 성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사당주민도 아닌 내가 정몽준 의원과 정동영 후보 중 누가 더 지역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일할 것이라는 판단을 대신 내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기득권 정당이니, 재벌출신의 당내 힘있는 의원이니, 뭔가 동작구에 해주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만 하지 말고 동작구 안에서 어떤 의식을 가지고 어떤 계층을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선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각종 느슨한 가치관에도 불구하고 뭔가 떨어질 떡고물을 기대하며 선거하기 보다, 이런 기회에 이런 행동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게 하던가 이런 행동에 대해 책임지게 하던가 하는, 선거철만이라도 힘을 보여주는 국민을 보고싶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을 버젓이 공천에 합류한 한나라당이나 당사자들은 무엇이 비도덕적인지, 그것이 왜 심각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 조차 가늠이 안 되는 상태라는 것이며, 이렇게 도덕적 가치관과 여성에 대한 개념 떨어지는 인사들이 지역경제만큼은 살려 줄 거라고 생각하며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의 행동은 비논리의 극치다. 집에서 TV뉴스를 보는데 정몽준 출마자가 여기자의 뺨을 툭툭 건드려 성희롱 파문이 일고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엄마가 여기자를 힐난했다. 이유는 뺨 한 번 툭툭 건드린 건 실수일수도 있는데 너무 과장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한참을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 문제의 본질도 위에 언급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웠고, 이 문제에 대처하는 정몽준 의원의 태도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뺨을 좀 건드린다고 죽진 않는다. 매도 아니니 아픈 것도 아니다. 그럼, 만져도 되나? 왜 만지나? 그럼 여기자가 정몽준 의원이 대답을 안 한다고 와서 뺨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이 되는가? 만약에 MBC 여기자나 한겨레신문 여기자가 의원이나 대통령의 얼굴을 만졌다면 한나라당은 뭐라고 하겠는가? 미쳤다고 하거나 흑심을 품고 추파를 던졌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럼 묻고 싶다. 정의원은 뭔가? 여기자의 가슴을 만지고, 술집주인인줄 알았다고 변명하는 최연희 의원보다 수위가 낮다고 해서 여기자를 "폭행하는 것도 아니고 좀 건드리는 거야 뭐"라고 쉽게 생각하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나를 기함하게 만든 것은 그 행위 자체보다 그 후의 정의원 쪽의 발표였다. 정의원은 처음엔 해명도 않고 자리를 떴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는 "본의 아니게 손이 닿았다"고 하더니, 그날 오후에는 "며칠 잠을 못자 피곤한 상태에서 만졌다"는 사과를 했다. 이 행보에 황당한 사람은 나 하나인가? 우선 본질이 뭔가 묻고싶다. 얼결에 손이 닿은 것인가 아니면 피곤해서 판단력이 흐려져 만졌다는 것인가? 후자라면 사과성명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피곤하면 만져도 되나? 뭔 소리인가? 거짓말이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관행에 물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주의하고 이런 문제에 보다 건강한 담론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겠다" 정도의 쿨한 태도를 보여줄 역량은 안 되는 것인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거는 자기 지역의 발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일을 잘할 일꾼을 뽑는다는 개념도 있지만, 선거구 별로 유권자들의 성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사당주민도 아닌 내가 정몽준 의원과 정동영 후보 중 누가 더 지역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일할 것이라는 판단을 대신 내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기득권 정당이니, 재벌출신의 당내 힘있는 의원이니, 뭔가 동작구에 해주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만 하지 말고 동작구 안에서 어떤 의식을 가지고 어떤 계층을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선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각종 느슨한 가치관에도 불구하고 뭔가 떨어질 떡고물을 기대하며 선거하기 보다, 이런 기회에 이런 행동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게 하던가 이런 행동에 대해 책임지게 하던가 하는, 선거철만이라도 힘을 보여주는 국민을 보고싶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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