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가 허전…악! 내가방
지하철서 꾸벅꾸벅 졸다 부랴부랴 내렸다…당황말고 `유실물센터" 회사원 오아무개(강동구 명일동·44)씨는 15일(금) 저녁 퇴근해 집 현관에 들어서다가 ‘아이쿠’하며 이마를 쳤다. 회사 근처에서 직장 축구동호회원들과 모처럼 몸을 풀고 귀갓길에 깜빡 졸다 축구화와 운동복이 담긴 가방을 지하철 선반 위에 올려놓은 채 그냥 내려버린 것이다. 오씨는 5호선 종점역인 상일역에 전화를 걸었다. 물건이 접수되지 않았으니 다음주 월요일 지하철유실물센터로 알아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방도 꽤 괜찮은데다가 평소 아끼던 축구화 등 쓸 만한 물건들이어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말을 찜찜한 기분으로 보냈다. 오씨는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혹시 하는 마음에서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유실물센터’ 코너를 클릭했다. 반갑게도 잃어버린 가방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한 쪽엔 유실물등록번호가 붙어 있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몇 가지 내용물을 확인한 뒤 “주인이 맞으시네요”라며 친절하게 찾으러 오는 길과 방법을 안내했다. 퇴근길에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 있는 유실물센터에서도 직원들의 친절을 만끽했다. 회사일로 일본 도쿄에서 몇 년 간 생활한 오씨는 “잃어버린 물건이 고스란히 돌아온 것이나 공무원들이 친절한 것 등 우리 문화수준도 일본 못지 않더라”면서 “세금 내고 사는 보람을 난생 처음 느꼈다”며 웃었다.
노곤한 봄날, 나들이를 다녀오거나 춘곤증에 고개를 떨구다 오씨처럼 지하철에 짐을 놓고 내리는 승객들이 많다. 서울지하철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4~6월은 지하철유실물이 가장 많은 시기로 2004년에도 전체 유실물의 32%가 이 시기에 집중됐다. 품목별로 보면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물건은 가방(28.6%)이다. 그 다음으로는 핸드폰·엠피쓰리 같은 전자제품(13.4%), 의류(10.5%) 순이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지난해 잃어버린 현금은 무려 5억여원에 이르렀다. 현재 전국의 지하철공사는 모두 유실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은 1~4호선의 경우 시청역(02-753-2408)과 충무로역(02-2271-1170~1), 5~8호선은 왕십리역(02-2298-6767)과 태릉역(02-949-6767) 등 4곳이 있다. 인천은 부평삼거리역(032-451-3650), 대구는 반월당역(053-640-3333), 부산은 서면역(051-640-7339), 광주는 금남로4가역(062-604-8554), 철도청은 서울역(02-755-7108)에 있다. 특히 서울·인천·광주 지하철은 1~2년 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의 유실물코너에 물건 사진을 올리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홍보실 강선희 과장은 “현재 주인을 찾아주는 비율은 70% 정도로 늘고 있지만 아직도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허둥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정혁준 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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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하면 더 쉽게 찾는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알았다면? = 역무실로 연락한다. 열차번호와 몇 번째 차량에 탔는지를 알면 가장 빠르다. 열차번호는 첫 칸과 마지막 칸에 4자리 숫자로 붙어있다. 몇 번째 차량인지 모른다면 내린 플랫폼을 유심히 보라. 플랫폼에 찍힌 번호가 출입문번호다.
◇분실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 종착역으로 신고한다. 종착역에선 지하철직원들이 선반에 놓인 물건을 모두 수거해 하루 동안 보관하다 다음날 유실물센터로 보낸다.
◇유실물센터 이용은? = 유실물센터는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운영시간 이외의 경우엔 유실물센터가 있는 역무실로 연락한다. 경우에 따라 집이 먼 경우엔 택배로 물건을 보내주기도 한다.
◇이밖엔? = 핸드폰·미아·애완견·분실물 등을 찾아주는 유실물종합정보서비스( www.lost114.com )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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