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이회장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것은 13년만의 일이다. 연합뉴스
조준웅 특검팀이 1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전격 재소환하기로 함에 따라 어떤 내용으로 `보강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4일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한 직후에 재소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닷새만에 재소환 조사 일정을 밝혔다.
당초 계획에 없던 재소환 조사는 특검팀이 막바지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을 상대로 추궁할 거리를 새로 찾아냈거나 지난번 조사 당시 특정 분야에 수사가 집중돼 나머지 분야를 보완할 필요성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첫 소환 당시 특검팀은 이 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 이른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분야 조사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해당 의혹은 선행 수사가 가장 탄탄하게 돼 있는 분야로 평가되고 있다.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경우, 범죄 물증이 부족해 수사진이 `의혹 털어내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유력한 만큼 이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만한 내용이 못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회장이 재소환되면 특검팀이 차명계좌 및 차명주식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측은 특검팀이 찾아낸 차명계좌 예금액과 차명주식에 대해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개인 재산"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측이 이 회장의 사재를 관리하는 데 썼다고 주장하는 금융계좌 수가 특검팀이 밝혀낸 차명계좌 수와 불일치 하는데다 명의를 제공한 그룹 임직원들의 소유라고 보기는 더욱 어려운 정황이 속속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에 담긴 돈이나 차명보유된 주식 중 일부는 계열사 등에서 빼돌려진 `비자금'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이 `수사 막바지' 시점인 10일 삼성그룹 본관에 있는 삼성전자 재무ㆍ회계ㆍ경리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점도 비자금 관련 의혹이 아직 덜 풀렸다는 점을 명백히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임원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에 100억원대의 회삿돈이 입금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으로, 이번 압수수색이 해당 의혹에 관한 단서가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수사진은 삼성측의 해명과 달리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자금 흐름들을 추려내고 이 회장에게 "개인 재산이라면 왜 이런 거래내역이 발생하느냐"고 캐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자금으로 의심받고 있는 돈이 모두 `삼성 총수의 개인재산'으로 판정된다고 해도 이 회장이 스스로 신고한 재산액수와는 수배의 차이가 나는 만큼 이 회장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면서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지 등을 확인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에버랜드 사건을 포함한 경영권 세습 의혹의 경우, 그룹 전략기획실 핵심임원들과 에버랜드 임원진 등의 진술 중에서 이 회장의 첫 조사 내용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저가에 발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삼성 최고위층까지 보고됐는지, 누가 결재할 사안인지 등을 놓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해 이 회장의 해명을 다시 들어야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첫 조사에서 에버랜드 지분 거래에 대해 개략적으로 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거래에 개입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검팀이 재조사 과정에서 삼성 의혹의 핵심인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으로부터 `진술 변화'를 이끌어낼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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