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생명 주식 차명 보유 사실을 밝힌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서 고백 “총선에 누 끼칠까 염려…누구와도 조율 없었다”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한 현명관(67)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10일 삼성생명 주식 28만여주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제주도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를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그간 제 명의로 된 삼성생명 주식이 실질적으로 제 소유라고 일관되게 말씀드려 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고백했다.
현 위원장은 "40년 가까이 삼성그룹에 몸담아왔던 사람으로서 그동안 저는 그룹에 속해 있을 때는 물론이고 그룹을 떠나서도 그룹과의 의리와 신의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자위해 왔다"며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제 불찰이며, 설사 법적인 책임이 없다손 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의 명의로 된 삼성생명 주식은 액면가 5천원짜리 28만800주로, 1988년 신라호텔 전무 당시부터 줄곧 차명으로 보유해 왔고, 실제 소유주는 '그룹 오너(이건희 회장)'라고 현 위원장은 밝혔다.
현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차명 보유 사실을 공개한 점에 대해 "총선 전부터 사실을 공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총선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칠까 염려해 총선이 끝난 시점을 택했다"며 "사실 공개와 관련해 어느 누구와도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또 "4.9총선에서 아쉽게도 한나라당은 도민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백의종군해서 고향 제주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1개월여 전 삼성 특검에 소환돼 문제의 삼성생명 주식 차명 보유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으나 그 때도 역시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1993년 삼성그룹 비서실장에 이어 1996∼2001년 삼성물산(주) 총괄대표이사 부회장, 2000년 삼성의료재단 이사장, 2001∼2006년 삼성물산(주) 대표이사 회장, 2003∼200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장 겸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한편 삼성 관계자는 이날 현 위원장의 '고백'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다 나온 사실들 아니냐. 현 위원장도 결국 같은 맥락의 이야기"라는 취지로 반문하며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뒤 현 위원장이 이날 함께 언급한 특검 조사 당시 자신의 '허위 진술' 고백 등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았다.
홍동수 기자 dshong@yna.co.kr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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