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업주만 배상 항소심깨
군산 성매매 업소 화재 사망사고에 대해 대법원이 업주와 국가는 물론 소방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0일 2002년 1월 전북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로 숨진 여성 13명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전라북도에 책임을 묻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재가 난 업소의 소방점검을 했던 군산소방서 공무원들은 1층과 2층 사이의 내부계단에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문이 있어 그 문을 잠그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임을 알았다”며 “그런데 이들은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소화시설과 피난시설이 갖추어지고 피난상 장애요인도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의무 위반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입구에 특수자물쇠, 1·2층 사이에 자물쇠 달린 철제문이 있는 업소에서 일어난 불로 숨진 여성들의 유족들은 업주·국가·전라북도·군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은 업주 부부와 감시자한테만 모두 2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이 감금 상태에서의 성매매 강요를 눈감아준 점을 들어 국가도 위자료로 모두 2억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관련 소방공무원들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죄의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들의 행위와 화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전라북도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00년 9월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로 5명이 숨지자, 경찰과 지자체가 특단의 조처를 공언한 뒤 일어나 더욱 충격을 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