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해명 분주
이날은 달랐다.
그동안 특검 수사나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의 소환 때마다 “할 말이 없다”던 삼성그룹은 11일 저녁 이 회장의 ‘일선 퇴진 시사’ 발언이 전해지자 황급하게 움직였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기자실에 저녁 늦게까지 남아 있던 기자들에게 ‘이건희 회장의 말씀에 대한 삼성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전략기획실 임원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며 “일선 퇴진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의미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조사 뒤 서울 한남동 자택에 돌아간 뒤 이학수 전략기획실 실장, 이완수 변호사 등과 함께 구수회의를 하던 중 보도를 보고 곧바로 그룹 설명자료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이 발빠르게 설명에 나선 것은, 자칫하면 ‘이건희 회장 퇴진’이 기정사실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예를 들어 차명계좌든 여러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 분야의 제도를 바꾸든지 조처를 취하겠다는 의미이다”라며 “물론 거기에 따른 인사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오늘 뜻은 단지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거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쇄신의 주체가 될 사람들을 다 인적 청산하는 식으로 비쳐진다면 누가 쇄신을 할 수 있겠냐”며, 이학수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핵심 경영자들도 당장 물갈이될 가능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회장님이 쇄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뜻으로 오늘 말을 한 것”이라며 “지적되는 문제나 관행 등을 바꿔놓은 뒤 퇴진 등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지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들은 이날 방송 뉴스와 신문 등 언론보도를 지켜보며 계속해서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그룹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밤늦게까지 태평로 본관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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