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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황제경영’ 2선후퇴, 중대 갈림길에 서다

등록 2008-04-12 10:45수정 2008-04-13 10:4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일주일 만에 다시 출석해 승강기를 탄 채 조사실로 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일주일 만에 다시 출석해 승강기를 탄 채 조사실로 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건희 회장 ‘경영 퇴진’ 시사 발언 파장
“생각해 봐야죠” 확답 피해…큰폭 물갈이 불가피
수뇌부 동반퇴진 경우 ‘집단 지도체제’ 가능성 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두번째 특검 소환조사를 마친 뒤 비자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경영진을 쇄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23일 특검 종결 이후 삼성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적극적인 책임 시인과 쇄신 노력 천명을 피해 왔던 그동안의 삼성 태도를 고려하면, 극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 수뇌부의 사법처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고 수습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도 있어 보인다.

시민사회에선 그동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성이 취해야 하는 해법으로 두 가지를 꼽아 왔다. 수사에서 드러난 비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새로운 삼성으로의 혁신 노력이다. 삼성의 책임 시인 방식으로는 불법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동반책임론이 거론돼 왔다. 이 회장이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모두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은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러 혐의에 대해 어느 선까지 책임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속단하기는 어렵다.

이 회장이 언급한 경영진 쇄신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일단 사건에 연루된 그룹 핵심 경영진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에선 그동안 총수 일가의 비리 사건이 터졌던 현대차, 두산 등 다른 그룹처럼 이 회장이 일정 기간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것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회장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생각해 봐야죠”라며 확답을 피했다. 전략기획실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후속 조처 등을 통해 쇄신을 검토하겠다는 뜻이지, 회장이나 경영진 퇴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 회장의 발언은 수사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일단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힌 뒤 여론의 추이를 보아 가며, 구체적인 책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

[현장] 이건희 회장 특검 재소환…“경영퇴진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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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다른 재벌의 경우 총수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가 일정 시점 이후 복귀한 사례를 들며, 삼성 경영체제의 근본적 쇄신에 더 무게를 둔다. 경영 쇄신책으로는 각종 불법·탈법 의혹의 진원지였던 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해체가 꼽힌다. 전략기획실의 해체는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핵심 수뇌부들에 대한 인적 쇄신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삼성은 2005년 엑스파일 사건 이후 이듬해 2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구조본 기능 축소와 전략기획실로의 전환을 발표했으나, 불과 1년 반 만에 이번 사태가 터졌다. 따라서 전략기획실을 아예 없애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동반 퇴진이 이뤄질 경우 새 경영체제를 어떻게 꾸릴 것이냐도 관심거리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이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정점으로 해서 에버랜드→생명→전자→다른 삼성 계열사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도 혁신 대상이다. 엘지, 에스케이처럼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화도 모색될 수 있다. 고객돈을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장이라고 비판받아 온 삼성생명의 처리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재용씨로의 승계 문제는 실질적 경영 능력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와 삼성이 새로운 혁신을 통해 얼마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느냐 두 변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학수 부회장 중심의 전략기획실 해체와 지배구조의 쇄신은 삼성의 진정한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사안”이라며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이건희 회장 “경영 퇴진 생각해 보겠다”
▶ 이건희, 횡령죄로도 처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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