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최근 자신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이라고 밝힌 현명관(67) 전 삼성물산 회장을 12일 오후 소환 조사했다.
현 전 회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출두했으며 취재진이 주식 명의를 제공한 경위를 묻자 "1988년 그룹 비서실장한테 이름을 빌려달라는 연락이 와서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제주도에서는 내가 돈 많은 사람으로 소문이 났는데 결과적으로 도민들을 속인 것이 돼 미안하다"며 "기존 주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삼성측과 조율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 "전환사채 발행에 당시 구조조정본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해 왔으며 구조본에서 `기획안'을 만들어 올렸다는 내용도 금시초문이다"라고 말했다.
현 전 회장은 지난 10일 제주도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그동안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던 삼성생명 주식의 실소유주는 이 회장이며, 1998년부터 줄곧 차명으로 보유했지만 그룹과의 신의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현 전 회장을 상대로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조사하고 이 회장이 해당 주식을 사들인 자금이 회삿돈은 아닌지, 개인 재산이라면 굳이 차명으로 관리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의 경우, 삼성측은 1996년에 구성원들이 전원 출석한 이사회에서 에버랜드 CB 발행을 결의했던 것처럼 꾸몄지만 현 전 회장은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현 전 회장에게 에버랜드 사건 당시 이사회가 적법하게 열리지 않았던 경위 등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그룹 전략기획실 최광해 부사장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비자금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돼 온 최 부사장은 1993년 회장 비서실 재무팀 부장으로 발탁된 뒤 2004년 구조본 재무팀장을 거쳤으며, 이건희 회장 일가 뿐만 아니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재산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그룹 전략기획실 최광해 부사장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비자금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돼 온 최 부사장은 1993년 회장 비서실 재무팀 부장으로 발탁된 뒤 2004년 구조본 재무팀장을 거쳤으며, 이건희 회장 일가 뿐만 아니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재산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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