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심정섭씨 `망국의 통한' 펴내.."친일파 기록 남겨야"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89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친일파 자료집'이 나왔다.
40년 동안 독립운동과 친일파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온 `독립군 후손' 심정섭(65)씨는 희귀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편집한 자료집 `망국(亡國)의 통한(痛恨)'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232쪽에 이르는 이 자료집에는 1910년 8월 29일 발행된 `한일합방 기념 우편엽서'를 비롯해 `한 권만 지니면 헌병의 검문 없이 현해탄을 오갈 수 있다'던 대표적 친일잡지 `녹기(綠旗)' 표지 등 귀중한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조선인 징용 방법을 상세히 규정한 조선총독부 문건,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군자금을 모으려고 한반도 전역에 설치했던 국방회의 문건에서부터 비행기를 바친 지역 부호가 당시 도지사로부터 받은 감사장까지 일제의 수탈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먼저 눈에 띈다.
국방 부인회의 입회 요람에서는 "국방은 남자만의 일이 아니다. 후방에 있는 부인들이 심신을 단련해 건강한 아들을 낳아 대동아공영권의 전사로 보내는 것이 덕(德)이고 의무다"라고 씌어 있다.
이른바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위해 마을 구석구석까지 일제의 손길이 미쳤음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있다.
`정오가 되면 일본 군인들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올리자'는 등의 실천사항을 담은 애국반(일종의 주민 반상회) 관련 자료, 소작농 억압에 앞장섰던 소작위원회 간부들 사진, 전쟁에 나간 일본 군인의 가족들을 위해 위문금을 모으자는 한국인 면장(面長)의 발기문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는 작가 김동인의 이복형이면서 해방 뒤 국회부의장까지 지냈던 김동원이 소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이나 광복을 불과 보름 앞두고 발행된 조선인 순사(지금의 경찰) 임명장과 명함들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자료들이다.
자료집을 낸 심씨는 "친일파의 죄상을 널리 알려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고 악랄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이들이 남긴 행적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자료집을 낸 심씨는 "친일파의 죄상을 널리 알려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고 악랄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이들이 남긴 행적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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