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건희 회장 또다시 시험대…‘제3창업’ 기로

등록 2008-04-13 09:49

"1987년 회장에 취임하고 나니 막막하기만 했다. 1979년 부회장이 된 이후 경영에 부분적으로 관여해왔지만 그때는 '선친'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 『이건희 에세이』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편에서 이런 심경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이 회장은 글로벌 삼성이라는 매머드 조직의 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린 채 고독한 시험대에 올라 중대 결심을 내려야 할 순간에 와 있다.

이 회장의 첫 시험대는 1974년 한국반도체라는 회사가 파산에 직면해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다가왔다. 그는 당시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테크 산업 진출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사재를 털어 이 회사 지분을 사들여 '삼성 반도체 신화'를 잉태시켰다.

이병철 선대 회장도 처음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1982년 반도체연구소 설립, 이듬해 반도체 사업 진출 공식 선언 등을 통해 이 회장의 '반도체 열정'을 지원함으로써 1993년 이래 지금까지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다.

이 회장의 두번째 무대는 1987년 회장 취임이었다. 선대 회장의 별세 이후 이 회장은 마침내 선장으로서 삼성호의 키를 쥐었다. 그의 당시 심경은 앞서 언급된대로 '막막함'이었다. 선친의 '그림자'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취임 1주년 맞아 제2창업을 선언하면서 조직을 장악하고 삼성을 가전 후발업체가 아닌 국내를 대표하는 1등 기업으로, 나아가 반도체와 LCD, 휴대전화 등을 앞세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다.

그로부터 6년여가 흐른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 이름붙여진 중대 결단이 나온다. 이것은 이 회장이 선대 회장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립된 삼성의 카리스마 리더십을 확립하는 상징이자 삼성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이끄는 기폭제로 해석됐다.

그는 500억원 어치의 불량품을 소각하는 이벤트로 질(質) 위주의 신경영을 주창하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모든 것을 바꾸라'는 주문으로 혁신을 강조하는 데서 나아가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으로 새로운 시대상에 맞는 자기계발을 삼성맨들에게 요구했다.

당시 삼성의 신경영은 같은 해 출범한 문민정부의 신경제 100일 계획 '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이후 7.4제가 흐지부지되고, 무리한 자동차 사업 진출은 삼성에 혹독한 시련을 안기는 후과를 남기기도 했다.

이어 이 회장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닥쳐 전례없는 격동의 시절을 맞는다.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와 핵심 전자 계열사,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그 어떤 회사를 처분해도 좋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뼈아픈 구조조정을 지휘했다고 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해도 3만여명이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겪던 시절이었다.

이 회장은 제2창업 선언이후 정확히 20년만인 2008년 현재 제3창업에 준하는 '삼성의 변화'를 이끌 중대 기로에 서있다.

그 스스로 11일 삼성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직후 기자들에게 "그룹 경영체제와 경영진의 쇄신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삼성측은 즉각 이 회장의 말을 받아 제도개선과 후속조치를 통한 격변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2선 후퇴가 거론되고 구학서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신세계 모델과 같이 삼성도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제를 거쳐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전무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또다시 어떤 카드로 험로를 뚫고 '새롭게 태어나는' 삼성을 견인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