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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체성 없이 ‘말’로만 약속, 법적 구속력 없어”

등록 2008-04-13 10:02

상대방과 말로써 약속을 했더라도 그 말에 `언제, 어떻게' 등에 대한 구체성이 없다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이광범 부장판사)는 숨진 김모씨의 모친과 형제 등이 "생전에 약정한 대로 몰래 혼자 취득한 상속재산을 배분해 달라"며 김씨 아내와 자식들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1974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천 소재 416㎡ 토지를 모친 및 5명의 다른 형제들과 공동으로 상속했으나, 1995년 다른 형제들과 상의없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마친 뒤 1억2천만원에 이를 팔았다.

2005년 4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형제들은 상속재산 분배를 요구했고, 김씨가 간암으로 입원 중이던 2005년 5월 김씨가 형제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말과 태도를 보이자 형제들은 김씨와의 대화내용을 녹취했다.

"내가 공증을 써서라도 땅값을 똑같이 나눠서 주든지 할 테니깐 그냥 놔둬…어차피 (다른 사람한테) 넘어간 것이니깐 변상조치는 해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으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김씨는 그러나 3일만에 사망했고, 형제들은 상속인인 김씨 자녀들에게 녹취 내용을 근거로 상속재산이나 대금의 분배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녹취록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김씨가 금전으로 보상하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기 때문에 원고들에게 토지 매매대금으로 받은 돈 중 일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씨가 토지 대금을 배분하겠다는 의사가 표시됐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김씨 진술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병원에서 퇴원할 경우 대금을 분배하는 등 도리에 맞는 조치를 취할 테니 더 이상 따지지 말고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정도로, 원고들 주장처럼 김씨가 구체적 배분 약정을 통해 법률상 채무를 부담할 것을 표시했다고까지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이런 의사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사망한 상태에서 법원이 구체성이 부족한 김씨 의사를 스스로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내용으로 보충해 법률적 구속력을 부여함으로써 판결로 피고들에게 해당 금액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는 1심 판결의 결론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성격상 판결에 의한 분쟁의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5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자 "피고들은 이번 판결로 항소 목적을 이루겠지만 아버지를 잃은 데 이어 할머니와 친척들까지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안타까움을 판결문에 담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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