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ㆍ납치신고 서울만 연 1만5천건 육박, 경찰 "업무마비"
허위신고 왜? "학원대신 PC방 가려고" "지각했다고 혼날까봐"
허위신고 왜? "학원대신 PC방 가려고" "지각했다고 혼날까봐"
"실종이나 납치 신고가 들어오면 그 진위 여부에 관계 없이 만사 제쳐 놓고 바로 뛰어나갑니다. 만일 허위 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을 때 진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양초등생 납치 살해사건과 일산 초등생 성폭행 미수 사건 등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잇단 허위ㆍ오인 신고에 애를 먹고 있다.
화곡동에 사는 이모(12)군은 지난 7일 동생과 함께 평소 자주 가는 PC방에 놀러간다고 나간 뒤 학원에 갈 시간인 오후 4시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아버지는 아들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군은 다급한 목소리로 "아빠, 나 납치돼 끌려가고 있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고 전원도 꺼졌다.
아버지는 아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를 바라며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소식이 없자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고 생각해 112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강서경찰서 형사와 지구대 직원 등 경찰관 8명이 출동해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한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이군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군은 아버지가 학원을 빼먹고 놀고 있는 자신을 찾으러 올까봐 겁이 나 휴대전화를 꺼놓고 평소 자주 가는 PC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신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며 "거짓말한 이유를 묻자 `납치당했다가 탈출했다'는 등 아무렇게나 둘러대 어이가 없었다"며 씁쓰레했다.
남자친구와 같이 있는 딸을 귀가시키려고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4시께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13.중2)양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놀다 가겠다"며 어머니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밤 10시가 넘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딸의 친구로부터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딸이 남자친구 때문에 집에 못 온다고 생각해 "딸이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자정이 넘도록 김양이 있을 만한 찜질방, PC방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재 파악에 실패했다. 뒤늦게야 김양이 동생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경찰은 "너 때문에 남자친구가 더 곤란해질 수 있다", "남자친구가 유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해 가까스로 귀가시켰다. 지난 7일에도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될 뻔 했다가 풀려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지각해 혼날 것을 두려워한 한 초등학생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밝혀져 긴급 출동한 경찰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접수된 가출ㆍ실종ㆍ납치 신고는 연간 1만건 이상을 훨씬 넘는다. 2001년 6천148건, 2002년 1만6천6건, 2003년 2만1천229건, 2004년 1만8천643건, 2005년 1만4천18건, 2006년 1만4천149건, 2007년 1만4천724건 등이다. 올해도 11일 현재 3천311건이 접수됐으며 특히 이혜진ㆍ우예슬양 납치살해 사건 등 여파로 신고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납치 의심 신고 중 상당수가 허위 또는 오인 신고"라며 "특히 어린이 관련 신고는 아이들이 집에서 혼나거나 사춘기의 방황으로 집에 안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흉흉한 범죄가 잇따르다 보니 무조건 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선서의 한 관계자는 "실종이나 납치 신고가 들어오면 강력반과 간부까지 총동원된다. 허위 신고가 많아지면 또다른 범죄에 제대로 대처 못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허위신고를 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5호에 의거 즉결심판에 회부될 수 있으며 특히 허위 신고 내용이 상당히 악의적인 경우에는 형법 제136조에 따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입건 될 수 있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4시께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13.중2)양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놀다 가겠다"며 어머니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밤 10시가 넘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딸의 친구로부터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딸이 남자친구 때문에 집에 못 온다고 생각해 "딸이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자정이 넘도록 김양이 있을 만한 찜질방, PC방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재 파악에 실패했다. 뒤늦게야 김양이 동생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경찰은 "너 때문에 남자친구가 더 곤란해질 수 있다", "남자친구가 유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해 가까스로 귀가시켰다. 지난 7일에도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될 뻔 했다가 풀려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지각해 혼날 것을 두려워한 한 초등학생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밝혀져 긴급 출동한 경찰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접수된 가출ㆍ실종ㆍ납치 신고는 연간 1만건 이상을 훨씬 넘는다. 2001년 6천148건, 2002년 1만6천6건, 2003년 2만1천229건, 2004년 1만8천643건, 2005년 1만4천18건, 2006년 1만4천149건, 2007년 1만4천724건 등이다. 올해도 11일 현재 3천311건이 접수됐으며 특히 이혜진ㆍ우예슬양 납치살해 사건 등 여파로 신고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납치 의심 신고 중 상당수가 허위 또는 오인 신고"라며 "특히 어린이 관련 신고는 아이들이 집에서 혼나거나 사춘기의 방황으로 집에 안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흉흉한 범죄가 잇따르다 보니 무조건 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선서의 한 관계자는 "실종이나 납치 신고가 들어오면 강력반과 간부까지 총동원된다. 허위 신고가 많아지면 또다른 범죄에 제대로 대처 못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허위신고를 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5호에 의거 즉결심판에 회부될 수 있으며 특히 허위 신고 내용이 상당히 악의적인 경우에는 형법 제136조에 따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입건 될 수 있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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