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소안한 ‘비자금’ 법원선 혐의 인정
대상그룹 임창욱(56) 명예회장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 72억여원을 조성해 자신의 개인적 용도로 쓴 것으로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에 대해 이 혐의로 수사하다 참고인이 국외도피 중이라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채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원에서 임 회장의 혐의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는데도 검찰은 수사가 미진하다며 기소도 않은 셈이어서,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전수안)는 지난 1월18일 전 대상그룹 임직원들인 유아무개(55), 박아무개(56)씨 등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사건 판결에서 “임 회장과 피고인들이 위장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삼지산업을 통해 대상 자금을 빼돌리기로 공모한 뒤 1998년 11월~99년 7월 사이 모두 72억2천만원을 빼돌려 임 회장의 개인 계좌에 숨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대상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으로 삼지산업 대표이사였던 유씨와, 임 회장의 재산관리인인 박씨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들은 모두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법원 “임창욱씨, 측근과 공모 72억 조성”
인천지검 “참고인 해외 도피” 수사중단
판결문을 보면, 임 회장과 유씨 등은 대상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조미료공장을 군산으로 옮긴 자리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이곳에 매립돼 있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해 위장계열사를 만든 뒤 폐기물 처리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리기로 공모했다. 유씨는 하청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한 뒤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받아 잠실종합운동장 부근 도로 등지에서 박아무개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이 돈을 자신이 관리하던 임 회장 명의의 두 계좌에 입금했다. 폐기물 처리가 끝난 뒤에는 실제 처리하지 않은 물량을 처리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하청업체에 대금을 입금한 뒤 전액을 되돌려받는 수법도 동원됐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2002년 7월 유씨 등을 구속기소한 뒤 같은해 말께 당시까지 내사 중이던 임 회장을 정식 입건해 수사했으나 지난해 1월 말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의 혐의에 대한 심증은 있으나 직접 증거가 부족해, 계약 당시 대상 조달팀장이었던 박아무개씨와 환경팀장이었던 최아무개씨의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었으나 이들이 국외에 머물고 있어 참고인 중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달팀장 박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이미 대상을 퇴직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최씨는 2002년 말께 수사를 받다 국외로 도피한 상태다. 그러나 재판부 관계자는 “임원급들의 진술이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실무자인 이들의 진술로 새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 임 회장과의 공모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된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 쪽에서 이들의 진술을 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임 회장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서 임 회장의 혐의를 인정해 모양이 우습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참고인 진술 없이 혐의를 인정한 판결이 나온 만큼 임 회장을 기소할지 여부는 인천지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김인현 기자 inhyeon@hani.co.kr
대상그룹 임창욱(56) 명예회장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 72억여원을 조성해 자신의 개인적 용도로 쓴 것으로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에 대해 이 혐의로 수사하다 참고인이 국외도피 중이라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채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원에서 임 회장의 혐의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는데도 검찰은 수사가 미진하다며 기소도 않은 셈이어서,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전수안)는 지난 1월18일 전 대상그룹 임직원들인 유아무개(55), 박아무개(56)씨 등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사건 판결에서 “임 회장과 피고인들이 위장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삼지산업을 통해 대상 자금을 빼돌리기로 공모한 뒤 1998년 11월~99년 7월 사이 모두 72억2천만원을 빼돌려 임 회장의 개인 계좌에 숨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대상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으로 삼지산업 대표이사였던 유씨와, 임 회장의 재산관리인인 박씨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들은 모두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법원 “임창욱씨, 측근과 공모 72억 조성”
인천지검 “참고인 해외 도피” 수사중단
판결문을 보면, 임 회장과 유씨 등은 대상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조미료공장을 군산으로 옮긴 자리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이곳에 매립돼 있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해 위장계열사를 만든 뒤 폐기물 처리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리기로 공모했다. 유씨는 하청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한 뒤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받아 잠실종합운동장 부근 도로 등지에서 박아무개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이 돈을 자신이 관리하던 임 회장 명의의 두 계좌에 입금했다. 폐기물 처리가 끝난 뒤에는 실제 처리하지 않은 물량을 처리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하청업체에 대금을 입금한 뒤 전액을 되돌려받는 수법도 동원됐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2002년 7월 유씨 등을 구속기소한 뒤 같은해 말께 당시까지 내사 중이던 임 회장을 정식 입건해 수사했으나 지난해 1월 말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의 혐의에 대한 심증은 있으나 직접 증거가 부족해, 계약 당시 대상 조달팀장이었던 박아무개씨와 환경팀장이었던 최아무개씨의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었으나 이들이 국외에 머물고 있어 참고인 중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달팀장 박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이미 대상을 퇴직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최씨는 2002년 말께 수사를 받다 국외로 도피한 상태다. 그러나 재판부 관계자는 “임원급들의 진술이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실무자인 이들의 진술로 새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 임 회장과의 공모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된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 쪽에서 이들의 진술을 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임 회장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서 임 회장의 혐의를 인정해 모양이 우습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참고인 진술 없이 혐의를 인정한 판결이 나온 만큼 임 회장을 기소할지 여부는 인천지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김인현 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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