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초기 체포영장 발부등 혐의입증 자신감
도피·수사팀교체 우여곡절뒤 ‘참고인 중지’
‘임회장 공모’공소장서 빼려다 법원서 제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검찰은 수사 초기 임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고, 이미 기소된 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임 회장이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 변경까지 했다. 임 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증거였다. 그러나 수사 도중 임 회장이 도피했다가 수사팀이 바뀐 뒤에야 자진출두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수사가 1년여를 끌었다. 결국 검찰은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또 임 회장 공모 부분을 빼는 것으로 공소장을 다시 변경하려고까지 했다. ◇ 혐의 포착 및 수사 과정=인천지검 특수부는 2002년 폐기물업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의문의 뭉칫돈들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이 돈이 삼지산업이라는 폐기물업체로 흘러들었으며, 이 돈은 대상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으로 이 회사 대표이사인 유아무개씨를 거쳐 다시 임 회장의 자금관리인인 박아무개씨가 관리하는 임 회장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유씨는 “임 회장과 관련이 없는, 나의 독자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도 “그냥 유씨로부터 돈을 맡아 관리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같은해 7월 유씨와 박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임 회장의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삼지산업이 대상의 위장계열사라는 여러 가지 정황과, 조성된 비자금이 임 회장의 것이라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검찰은 같은해 11월께 임 회장을 소환해 추궁했다. 고검장 출신 심재륜 변호사와 임휘윤 변호사와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의 박정규 변호사 등을 선임해 수사에 대비한 임 회장은 3차례 소환에 응한 뒤 같은달 말께부터 신병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다 도피했다. “그 돈이 왜 내 계좌에 들어왔는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게 임 회장 주장의 요지였다. 임 회장의 도피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억울하다는 임 회장의 변소를 믿지 않고 일단 구속부터 하려고 해 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의 정기인사로 수사팀이 전부 바뀌었다. 2003년 2~3월 사이 지검장이 정진규 검사장에서 이종백 검사장으로, 특수부장이 송해은 부장검사에서 고건호 부장검사로, 주임검사는 김준연 검사에서 한동영 검사로 교체됐다. 그 뒤 같은해 4월 임 회장은 검찰에 자수해 조사에 응했다. 이후 검찰은 대상 임직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이다 같은해 7월께부터는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 6개월여가 지난 2004년 1월 말에는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내린 때는 이종백 인천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전격 발령되고, 후임인 홍석조 지검장이 부임하기 직전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과 홍 지검장이 사돈관계(임 회장의 장녀가 홍 지검장의 조카이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와 결혼)여서 후임 지검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공소장 변경 시도까지=검찰은 2003년 3월 유씨 등에 대한 항소심 과정에서 유씨 등이 임 회장 및 고아무개 대상 대표이사 등과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러나 다음해 1월 임 회장에 대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뒤 같은해 4월께 임 회장 등과 공모한 것이 아니라 도피한 최아무개씨 및 박아무개씨와 공모한 것으로 다시 공소장을 바꾸려고 재판부에 의사를 타진했다. 검찰이 변호인 쪽이나 재판부의 요청 없이 스스로 공소장을 바꾸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재판부에서 판단을 내려보겠다”는 반응을 보여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공소장을 변경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과의 공모 부분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 같아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임 회장 쪽 관계자는 “변호인을 통해 임 회장 공모 부분을 공소장에서 빼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잘 안 됐다”고 말해 변호인 쪽의 요청이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인현 기자 inhyeon@hani.co.kr
도피·수사팀교체 우여곡절뒤 ‘참고인 중지’
‘임회장 공모’공소장서 빼려다 법원서 제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검찰은 수사 초기 임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고, 이미 기소된 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임 회장이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 변경까지 했다. 임 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증거였다. 그러나 수사 도중 임 회장이 도피했다가 수사팀이 바뀐 뒤에야 자진출두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수사가 1년여를 끌었다. 결국 검찰은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또 임 회장 공모 부분을 빼는 것으로 공소장을 다시 변경하려고까지 했다. ◇ 혐의 포착 및 수사 과정=인천지검 특수부는 2002년 폐기물업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의문의 뭉칫돈들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이 돈이 삼지산업이라는 폐기물업체로 흘러들었으며, 이 돈은 대상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으로 이 회사 대표이사인 유아무개씨를 거쳐 다시 임 회장의 자금관리인인 박아무개씨가 관리하는 임 회장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유씨는 “임 회장과 관련이 없는, 나의 독자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도 “그냥 유씨로부터 돈을 맡아 관리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같은해 7월 유씨와 박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임 회장의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삼지산업이 대상의 위장계열사라는 여러 가지 정황과, 조성된 비자금이 임 회장의 것이라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검찰은 같은해 11월께 임 회장을 소환해 추궁했다. 고검장 출신 심재륜 변호사와 임휘윤 변호사와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의 박정규 변호사 등을 선임해 수사에 대비한 임 회장은 3차례 소환에 응한 뒤 같은달 말께부터 신병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다 도피했다. “그 돈이 왜 내 계좌에 들어왔는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게 임 회장 주장의 요지였다. 임 회장의 도피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억울하다는 임 회장의 변소를 믿지 않고 일단 구속부터 하려고 해 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의 정기인사로 수사팀이 전부 바뀌었다. 2003년 2~3월 사이 지검장이 정진규 검사장에서 이종백 검사장으로, 특수부장이 송해은 부장검사에서 고건호 부장검사로, 주임검사는 김준연 검사에서 한동영 검사로 교체됐다. 그 뒤 같은해 4월 임 회장은 검찰에 자수해 조사에 응했다. 이후 검찰은 대상 임직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이다 같은해 7월께부터는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 6개월여가 지난 2004년 1월 말에는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내린 때는 이종백 인천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전격 발령되고, 후임인 홍석조 지검장이 부임하기 직전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과 홍 지검장이 사돈관계(임 회장의 장녀가 홍 지검장의 조카이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와 결혼)여서 후임 지검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공소장 변경 시도까지=검찰은 2003년 3월 유씨 등에 대한 항소심 과정에서 유씨 등이 임 회장 및 고아무개 대상 대표이사 등과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러나 다음해 1월 임 회장에 대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뒤 같은해 4월께 임 회장 등과 공모한 것이 아니라 도피한 최아무개씨 및 박아무개씨와 공모한 것으로 다시 공소장을 바꾸려고 재판부에 의사를 타진했다. 검찰이 변호인 쪽이나 재판부의 요청 없이 스스로 공소장을 바꾸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재판부에서 판단을 내려보겠다”는 반응을 보여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공소장을 변경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과의 공모 부분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 같아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임 회장 쪽 관계자는 “변호인을 통해 임 회장 공모 부분을 공소장에서 빼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잘 안 됐다”고 말해 변호인 쪽의 요청이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인현 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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