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공정위원장 “여론수렴 뒤 방안마련”
폐지 땐 ’공짜신문’ 제재 수단 거의 없어
폐지 땐 ’공짜신문’ 제재 수단 거의 없어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신문고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백 위원장은 13일 <연합뉴스>와 벌인 인터뷰에서 “업무보고에서 소관 법령들을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한다고 했고, 신문고시도 분명히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다”며 “신문협회와 상의하는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또 신문고시가 무리한 규제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는 지적에 대해 “그동안 신문고시와 관련한 시장의 반응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철호 공정위 대변인은 “신문고시 자체의 폐지 또는 강화 같은 방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를 수렴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고시가 폐지되면 신문사들의 불법 판촉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일반 불공정거래 행위로 간주돼 ‘경품고시’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거대 신문사들이 제공하는 ‘무가지’를 제대로 규제할 방법이 없어 신문시장 혼탁상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현행 신문고시에서는 무가지와 경품을 함께 규제하고 있으나, 경품고시에선 주요 제품의 판매대금의 10%를 초과하는 ‘경품’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품 고시는 연간매출액 20억원 이하인 사업자(제조업 제외)에겐 적용되지 않아 본사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신문사 지국들은 규제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신문고시가 폐지되지 않더라도 이전처럼 신문협회의 자율규제에 맡길 경우 지금과 같은 공정위의 적발과 시정명령은 어려워질 수 있다.
신문판매고시는 2001년 부활되면서 유료신문 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품과 무가지에 대해 처벌하도록 했지만, 당시엔 신문업체의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었다. 하지만 신문시장에서 무가지나 고가 경품을 통한 출혈경쟁의 폐해가 극심해지자 공정위는 2003년 공정위가 직접 처리하도록 고시를 개정했으며, 2005년부터는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운영해 왔다.
이에 대해 그동안 한나라당과 조선·중앙·동아일보 쪽은 “신문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던 것을 왜 정부가 강압적으로 제재하느냐”며 신문고시 폐지를 주장해 왔다. 특히 조·중·동은 신문사의 경영활동에 정부가 광범위하게 간여하는 것은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언론단체들은 “신문협회의 자율적인 규제를 바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정부 제재를 강화해야 신문시장 질서가 바로 잡힌다”고 주장해 왔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신문고시를 제대로 감시한 적도 없으면서 규제 완화를 위해 신문고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은 공정위가 새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이라며 “최근 불법 판촉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불법 판촉행위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희 김동훈 기자 dora@hani.co.kr200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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