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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해법이 관건

등록 2008-04-13 21:18

이건희 삼성회장 발언 이후 후속조치 검토 내용
이건희 삼성회장 발언 이후 후속조치 검토 내용
이건희 회장 ‘쇄신책’ 뭘 내놓을까
법대로 세금 내고 ‘재용씨 승계’ 강행 관심
순환출자 지배구조 개선도 피하기 어려워
여론따라 비자금·로비설 ‘대응’ 달라질 듯
이건희 삼성회장이 지난 11일 2차 특검조사 뒤에 스스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그룹을 쇄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삼성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과 단절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초점은 책임과 쇄신의 구체적인 내용에 쏠려 있다. 특히, 그룹 경영체제와 경영진 쇄신과 별도로 이 회장 스스로 어떤 책임의 결단을 내릴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이 여론을 감안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는 일단 경영일선 퇴진이 있다. 그룹 회장직은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수 일가의 비리가 드러나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현대차 사건(2006년), 두산 사건(2005년), 에스케이 사건(2003년) 등의 전례에 비춰 보면 총수 퇴진은 일종의 ‘소나기 피하기’ 성격이 짙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총수가 등기이사 직위가 없이도 얼마든지 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도 “삼성에서 일한 7년여 동안 이 회장이 삼성 본관 사무실에 나온 것은 한 차례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 회장이 특검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방안도 있다. 이 회장이 천명한 책임과 쇄신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카드이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전략기획실이 지금까지 혐의를 인정한 것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주도, 700여개의 차명계좌 등 극히 일부분이다. 비자금 조성과 로비 부분에서는 거의 밝혀진 게 없다.

삼성사태의 화근이 된 아들 재용씨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도 이 회장이 직접 해법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옛 구조조정본부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1990년대 말 이후 경영권 승계의 약점을 막기 위해 구조본에서 무리를 하기 시작했고, 하나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또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식으로 편법·불법이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 승계구도는 재용씨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소유·지배구조가 핵심이다. 96년 말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인수와 98년 말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차명주식 인수 등 주요 승계과정들은 이미 불법임이 드러났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불법이 드러났는데도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승계를 추진하는 것은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이 회장의 퇴진보다 재용씨가 경영권 승계를 포기해야 한다”며 소유-경영 분리안을 내놓았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전환사채 헐값발행은 배임으로 처벌하면서, 불법행위의 수혜자가 계속 후계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법 정의에 안 맞는다”며 에버랜드 주식과 후계자 지위의 동시 포기를 주장했다. 이 회장에게 소유-경영 분리나 재용씨로의 승계 포기는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은 ‘독배’일 것이다.

신세계의 경우처럼 이 회장 부부가 보유주식 등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겠다고 선언하는 방안도 있다. 이학수 부회장도 사석에서 “재용씨가 상속증여세를 제대로 안 냈다고 하지만, 아직 남은 주식 등에 대한 세금만 따져도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재용씨가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라는 이름뿐인 직책을 벗어던지고 경영능력을 실질적으로 검증받는 길을 선택하는 안도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아들인 의선씨의 경영수업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현대차 고위임원은 “정의선 사장이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기아차를 맡으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경영권 승계에 부담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 전략기획실 쪽은 비자금과 로비의 진실 고백, 경영권 승계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이 회장 외에 누가 답할 수 있겠느냐며 입을 닫고 있다. 계열사의 한 고위임원은 “이 회장의 말에 대해 전략기획실이 즉각 ‘일선 퇴진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자료를 낸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종 선택이 특검수사 결과와 여론의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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