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돈 얼마 안돼”
음식값을 걸고 하는 카드 게임은 ‘일시적 오락’으로 도박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북 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정아무개(51)씨와 문아무개(48)씨는 지난해 4월 다방에서 팔보채와 잡채밥 등을 근처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시켜 먹었다. 다방 주인 박아무개(46)씨한테 우선 값을 치르게 한 정씨와 문씨는 음식값을 걸고 카드 도박인 ‘훌라’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박씨도 손님들의 도박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대구지법의 1심은 이들 모두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판돈이 한 차례에 1천~2천원, 현장에서 압수된 돈이 모두 10만6천원에 불과한 점을 지적한 뒤 무죄를 선고했다. 다방 업주 박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도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도박은 재물의 경제적 가치가 근소해 건전한 근로의식과 풍속을 해칠 염려가 없는 경미한 행위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손님들의 도박이 죄가 되지 않아도 그것을 막지 않은 식품접객업소 주인은 처벌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상적이고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생활 질서의 범위 안에 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