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지엘아이 컨설팅 제공
생텍쥐페리 재단 “상표권 침해”…출판사 “소송”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100여 종이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 주요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어린왕자〉의 제호와 삽화 등을 국내에 상표출원등록한 생텍쥐페리 상속재단 소젝스(SOGEX)에서 국내 출판사들의 제호와 삽화 사용에 대해 ‘상표권 침해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소젝스의 위임을 받은 지엘아이 컨설팅의 국내 대행사인 인피니스는 14일 “상속재단의 요청으로 시장조사를 한 결과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책이 160종에 이르렀다”며 “지난 1월 〈어린왕자〉를 출간한 대표적인 출판사 몇 곳에 통고서를 보냈고, 좀더 효과적으로 제재를 하기 위해 서점들에도 통고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통고서는 ‘르 프티 프랭스’라고 쓴 프랑스어 필기체 제호와 〈어린왕자〉 한글 제호, 어린왕자가 칼을 짚고 서 있는 삽화, 혹성에서 별을 바라보는 삽화 등 4건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상표권 침해이므로 불법 출판물의 판매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4월 초부터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책의 확인 및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어린왕자〉의 제호는 2015년, 주인공이 칼을 짚고 서 있는 이미지는 2013년, 혹성에서 별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2016년까지 상표권이 유효한 상태다.
이에 대해 1972년 단행본으로 〈어린왕자〉를 국내에 처음 출간했던 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은 “국내 저작권법을 보면 저작자의 텍스트뿐 아니라 삽화도 저작물로 돼 있어 사후 50년이 지난 삽화도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출판사들이 연대해 특허청에 상표등록 무효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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