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에 방문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효성 비자금’ 제보 구체적…검사들 입조심
육군 장비 폭리 사건도 이번주에 검찰 송치
육군 장비 폭리 사건도 이번주에 검찰 송치
검찰이 효성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효성의 조석래(73)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에서, 제보 내용의 진위와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검찰에 효성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의뢰한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효성 쪽 내부 제보자한테서 어떻게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수법을 제보받고 회사 내부 회계자료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 내용은 효성 쪽이 2000년께 일본 현지법인에서 물건을 사들일 때 수입 부품을 원래 값보다 비싸게 산 것처럼 꾸며 차액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200억∼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14일 수사 착수 소식이 퍼지면서 효성의 주가는 9.47%나 폭락했다.
검찰은 효성 관련 수사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입을 다물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효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수많은 기업이나 정치인에 대해 통보하는데, 그걸 일일이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 현재로선 접수 여부조차 알려주기 곤란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들도 이날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검찰이 이처럼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수사 내용을 잘 확인해 주지 않는 관행 탓도 있겠지만, 효성의 조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 관계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검찰의 입지가 좁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국가청렴위와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관련자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비자금 조성 경위와 목적, 사용처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의 이번 수사로 지난해 초부터 진행됐던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마일즈(MILESㆍ육군의 다중 통합 레이저 훈련체계) 사업 비리 수사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육군에 장비를 공급한 ㄹ사가 위장 거래를 통해 납품 단가를 부풀려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과정에서 효성의 미국 현지법인과 효성그룹 오너의 인척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1년 가까이 진행한 수사의 결과를 이번주 검찰에 송치하기로 한 시점도 공교롭다.
당시 경찰은 ㄹ사의 주주 신아무개씨를 구속하고 회사의 실소유주인 재미교포 주아무개씨를 인터폴에 지명수배했는데, 주씨는 효성그룹 오너 일가와 인척관계다. 또 미국 현지에서 장비 부품을 구입해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효성의 미국 현지법인이 중개를 했다. 부품값을 부풀려 차익을 남긴 점도 이번 검찰 수사 대상과 수법이 비슷하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ㄹ사가 300억원대에 달하는 육군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PAQ-04K) 도입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공급권을 따낸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연구개발비는 국방부가 지원하고도 규정과 달리 기술 특허는 조현준 효성 사장(조석래 회장의 장남)과 주씨, 주씨의 부인 송아무개씨 등 3명이 나누어 갖고 있어 특혜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4일 “수사 결과 전부를 이번주 안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지만, 검찰로부터 송치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송치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되는데, 검찰이 이 사건을 현재 효성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특수1부에 배당할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지은 석진환 기자 mira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이 대통령 사돈 기업’ 효성, 수백억 비자금 의혹
▶ 검찰, 혐의 잡힌 효성 어디까지 수사 할까
▶ ‘이 대통령 사돈 기업’ 효성, 수백억 비자금 의혹
▶ 검찰, 혐의 잡힌 효성 어디까지 수사 할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