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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아들 현철씨는 13억 탈세로 구속기소 돼
10억 이상 구속 관행…‘법집행 불공평’ 비판
10억 이상 구속 관행…‘법집행 불공평’ 비판
삼성 특별검사팀이 세금 수천억원을 내지 않고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 적지 않은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건에서 구속 기소된 주요 조세포탈 피의자(표 참조)의 포탈액과 비교해도 이 회장의 탈세액은 역대 최대 규모일 것으로 보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 자체가 ‘봐주기’로 비치기 때문이다.
특검팀 수사로 드러난 이 회장의 조세포탈 규모는 최소 1천억원이 넘는다. 이 회장은 개인돈을 임직원 이름으로 삼성증권 차명계좌에 맡겨 삼성전자 주식 등을 사고팔았다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이 중 상당 부분이 계열사 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자금추적 등을 벌였지만, 개인돈이라는 해명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특검팀은 횡령 대신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발행주식의 3%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보유한 삼성전자 등의 대주주이면서도 차명계좌로 주식을 분산시켜 주식 거래 때 내야 할 연간 20%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탈세금액이 크다고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되지는 않는다. 고의로 납세를 회피했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와 강도가 달라지는데, 1997년 구속 기소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이 회장과 탈세 방식이 유사하다. 김씨는 이권 청탁과 함께 66억1천만원을 받고 증여세 13억5천만원을 떼먹은 혐의를 받았다. 김씨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보면, 수표 등 지급수단을 반복해서 교환하거나, 여러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하고, 한 차례의 입금이라도 명의자와의 특수관계 때문에 은닉의 효과가 있으면 적극적인 포탈 행위로 간주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운용 방식은 김현철씨 경우와 유사해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연간 포탈액이 10억원이 넘으면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고, 2~5배 이하의 벌금이 함께 부과된다. 이 정도로 중대하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도 발부되는 것이 통례였다. 이 회장은 구속 사유로 따지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범죄의 중대성’에 해당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올해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로 범죄의 중대성을 추가했다”며 “죄질이 얼마나 나쁘냐도 (명시적인) 구속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의 상속 과정에서는 조세포탈이 반복돼 죄질이 가볍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특검팀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불법 비자금이 유입됐는지를 밝히지 못해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적용하려는 탈세 혐의를 가지고도 구속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은 비판의 도마에 오를 소지가 충분하다.
더불어 이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에 개입해 두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박노빈씨를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계산한 손해액이 969억원이다. 에스디에스의 경우도 서울행정법원이 2004년 세금소송에서 산정한 주당 5만3천~6만원으로 계산하면 많게는 1500억원 정도 손해를 끼쳤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구속 수사가 능사는 아니지만, ‘이건희 회장’이 아니었다면 마땅히 구속영장을 청구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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