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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얼차려’ 학내폭력이 앗아간 19살의 꿈

등록 2008-04-15 13:43

지난 3월 학교 선배들한테 얼차려를 받다 배를 발로 차여 비장이 파열된 고아무개(19·원광대 체육교육1)군이 14일 입원 중인 광주의 한 병원에서 어머니의 간호를 받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지난 3월 학교 선배들한테 얼차려를 받다 배를 발로 차여 비장이 파열된 고아무개(19·원광대 체육교육1)군이 14일 입원 중인 광주의 한 병원에서 어머니의 간호를 받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광대 체육교육과 ‘신입생 기강잡기’ 복부 발길질
비장파열로 체육교사 포기…학교쪽 “개인적 사고”

대학 새내기 고아무개(19·원광대 체육교육1)군은 4월 말께 퇴원을 앞두고 있다. 병원에 들어온 지 한달여 만이다. 하지만 14일 오전 병실에서 만난 고군의 목소리는 어둡고 갸날팠다. “비장이 없으면 격한 운동은 절대 금물이랍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건 어렵다네요.”

고씨의 ‘악몽’은 입학식을 치른 지 불과 2주일 만에 시작됐다. 지난 3월19일 저녁 7시께. 고씨는 선배들의 명령을 받고 동료 신입생 9명과 함께 운동장에 집합했다. 총장배 축구대회에 대비한 훈련 자세가 불량하다는 게 이유였다. ‘엎드려뻗쳐’ 얼차려에 힘이 빠져갈 즈음, 복부에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3학년 선배 한 명이 축구화를 신은 채 옆구리를 걷어찬 것이다. 옆 동료는 뺨을 맞고 쓰러졌다. 선배들은 ‘우리도 다 거친 일’이라고 했다. 무섭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냥 참았다. “체육교사가 되려면 이 정도 훈련쯤은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26일, 고씨는 참을 수 없는 복통과 고열로 쓰러졌다. ‘강한 외부 충격에 의한 비장 파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술을 한 의사는 “출혈이 심해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의 가족들은 공식적인 학교행사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학교 쪽에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학교 쪽에서는 “우발적인 사고이자 당사자 문제”라며 일축했다. 고씨의 어머니 김아무개(43)씨는 “학교 연례행사에서 관행적인 얼차려를 받다가 일어난 일을 한 개인이 저지른 우발적인 사고로 볼 수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학교는 진상조사와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병원비는 고씨를 때린 같은 과 선배(21)의 부모들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김씨는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인데 가해 학생이 한번 실수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수백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만균 원광대 대외협력처장은 “축구 시합 도중이라면 모를까 방과후 훈련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학교가) 일일이 개입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봐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두 처장은 ‘학교 내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진상조사위나 대책위는 아직 꾸리지 않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장 제거 수술을 받은 고씨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다. 몸에 들어오는 세균을 잡는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가 없어졌으니 감기도 자주 걸리고 폐렴도 오기 쉽다고 담당 의사는 말했다. 또 복부 절제 범위가 넓어서 복근 능력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병원 쪽 진단이다. 하지만 고씨는 퇴원한 뒤 다시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전공 과목을 바꿔서라도 사범대에 다시 들어가 교사의 꿈을 이어가고 싶어서다. 고씨는 “내 인생이 뒤엉킨 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면서도 “노력해서 교사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익산/하어영 정대하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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