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건설시 피해 예상 지역
아침 겸 점심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달걀 프라이가 올려 진 것 말고는 식당에서 사먹는 비빔밥과는 거리가 멀었다. 냉장고에 남은 것들을 이것저것 쓸어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배합하여 비빈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강제로 전업작가가 된 이후 거의 매일같이 집에 있다 보니 혼자 해먹는 것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음식 솜씨가 제법 늘은 것이 소득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비빔밥이 짰다. 고추장을 필요 이상으로 넣은 탓이리라, 최근에 혈압이 높다고 하여 주의를 받기도 하여 염분의 섭취를 줄이는 중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다. 할 수 없이 맨밥을 약간 더 넣었다. 어쨌든 밥을 더 넣어 비비니까 짠 맛은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내가 먹는 비빔밥과 최초에 만들었던 그것의 염분 함량은 동일하다. 맨밥을 추가하여 짠맛이 중화되었을 뿐이지 소금의 분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단지 입에서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갑자기 <한반도대운하>가 떠올랐다. 처량하게 만든 비빔밥과 <한반도대운하>는 너무나 부합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만 나의 관점에는 분명히 연관이 있다. 비빔밥에 밥을 더 넣어도 소금의 함량이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한반도대운하>는 어떻게 포장하고 기만해도 내부에 함유된 해악의 함량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동량이 적으면 당연히 적자가 날 것이고 많으면 적체가 발생하여 그 또한 적자로 기능할 것인데, 국토와 환경을 불구로 전락시켜 얻는 대가치고는 너무하지 않은가.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왜 그것을 저지해야 하는지 굳이 반복하지 않겠다.
단언하건데, 그 사업은 첫 삽을 뜨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경인운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나라를 파멸시킬 괴물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성층권에 빌붙은 몇몇의 이득을 위해 국토를 절개하고 환경을 압살시키려했다가는 어떤 결과를 부를 것인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집권의 본질이 상대방의 실수에 의한 반대급부라는 것은 이번의 선거가 잘 입증하지 않았던가, 기세등등하게 청와대를 접수한 한나라당이 보여준 국정운영 능력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만일 선거가 두 달 쯤 뒤에 치러졌다면 과연 지금의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이번 선거결과는 과속단속 카메라의 용도 이상으로 기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프로젝트>는 앞으로 유용할 수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무능과 무한대의 식욕 밖에 없는 그들이 아니던가, 마침내 본질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그래서 탄핵 이상의 사태가 우려되는 시기에 이르면 그들은 주저 없이 ‘쇼당’을 외치리라, 국민의 여망에 따라 단군 이래의 대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사면을 요구하는 용도로 쓸 가치가 충분한 이상 결코 사장(死藏)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미래라고 할 수 없는 멀지 않은 시기에 그런 상황을 목도할 가능성은 너무나도 충분하다. 그때 <한반도대운하프로젝트>의 포기를 국민 앞에 솔직히 실책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면죄부를 발부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각(味覺)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빔밥에 밥을 더 넣지 않아도 짜다는 것을 모르고 달게 먹는 사람이 그리 적지 않은 세상이 아닌가, 웰빙은 모든 곳에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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