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일행이 15일 오후 김제시 용지면 AI방역초소를 찾아 근무자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전북 김제와 정읍에 정치인들이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10여명과 함께 15일 오전 11시30분께 김제시청을 방문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2시간 전에 김제시청에 도착해 영접을 준비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정치인 등이 계속 방문했기 때문에 김 지사의 이런 영접은 5~6차례나 된다.
전북도청의 한 간부는 “(도의 중요한 회의인) 정책현안조정협의회가 2주일이나 미뤄지고 있다”며 “조류 인플루엔자 문제 때문이기는 하지만, (높은 분들의 잦은 방문도) 일부 원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고를 받은 뒤, 근처 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을 마쳤다. 그리고 김제시 용지면 애통리 통제초소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봤다.
이 통제초소는 최초 발생농가인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 유아무개씨 농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5㎞ 안팎에 위치해 있다. 차량이동을 제한하는 위험지역(반지름 3㎞) 안이다. 바이러스로 옮기는 질병의 성격상 위험지역 안에 외부인의 방문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의 잦은 방문을 지적하자, 김제시 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개의 초소를 지나면서 차량을 충분히 소독을 하니까 문제가 없다”며 “윗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예산 등을 확보할 때) 좋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당직자 130여명도 이날 오전 9시께 김제시청에 도착해 예방접종과 교육을 받았다. 닭 살처분 농가를 직접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손 대표 등은 이날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 김아무개 농가에서 닭 1만5천마리 등을 직접 살처분했다. 자체 마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손 대표는 휴일인 지난 13일에도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김제를 방문했다. 김제시 용지면 방역초소를 찾아 관계자 및 피해농가들을 위로하고 김제시청 상황실에서 보고를 받았다. 김제시는 “지난번 방문 때 살처분 인력이 부족하다고 요청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 다시 오신 것같다”고 밝혔다.
4만여마리 살처분을 거의 마친 김제시 용지면의 강아무개씨는 “농장에서 닭 엉덩이만 쳐다보고 사는 우리는 정치인들이 오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며 “다만 피해농가 심정을 헤아려서 실제 도움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학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도 이날 오후 김제시청을 방문했다. 이에 따라 15일 하루 이건식 김제시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손학규 대표, 이회창 총재, 정학수 차관을 차례로 맞이해야 했다. 한나라당은 16일 권오을 의원을 비롯한 지도부가 김제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책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피해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2차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를 방문했다. 당시 위험지역(반지름 3㎞) 주변 초소를 방문하는 바람에 살처분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등 일처리에 지장을 줬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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