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현황
‘3대권역별 관리제’ 폐지…내년 관련법 개정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지역균형 발전전략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작업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혁신도시에 이어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 사업도 삐거덕거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의 여러 계획도시 조성의 이점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물론이고 행정중심복합도시도 축소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규제 대폭 푼다=국토해양부 한만희 국토정책국장은 16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우선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수도권에 대한 3개 권역별 관리제도를 중장기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년 중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대신 △경제자유구역 등 특화 발전이 요구되는 지구를 중심으로 기업 관련 규제 완화 △공공기관 이전 터 등에 공장 신·증설이 가능하도록 정비발전지구제도 도입 △경제자유구역·미군반환공여구역 등은 산업단지 물량 규제에서 배제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된 곳의 규제 개선 등을 단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방안을 올 12월까지 확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광범위한 지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가 없어져 수도권 개발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특히 전국 6곳에서 민간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기업도시 조성사업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도시도 어렵다=기업도시 6곳 가운데 현대건설의 충남 태안기업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아직 착공 조차 하지 않았다.
한만희 국토정책국장은 “현재로서는 기업도시를 축소하거나 추진 일정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안기업도시개발(주) 이성기 부장은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어느 기업이 지방으로 오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의 기업도시 조성은 끝이라는 얘기다. 무안기업도시는 120만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해 공장 증·신설이 어려운 수도권 기업을 유치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충주기업도시 지원단의 김원식 개발총괄팀장도 “충주는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깝과 땅값도 싸지만 수도권에 공장을 짓게 해주면 기업도시 조성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행정중심복합도시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 달 조직개편 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4본부17팀에서 2국1관11과1담당관으로 줄였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행복도시 건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니냐”며 “행복도시도 어떤 방식으로든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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