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양성반응이 나온 경기 평택 포승읍 석정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15일 살처분 할 닭을 포대에 실은 트럭을 방역차가 뒤따르며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AI 습격’ 평택 양계농가 살풍경
참담했다.
16일 오전 조류 인플루엔자의 습격을 받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석정리 일대. 흰색 방역복을 입은 요원들의 분주한 손놀림을 넋놓고 바라보던 농민들이 발을 굴렀다. 힘들게 길러온 닭을 죽여 없애야 하는 농민들은 숯덩이가 된 가슴을 치며 간간이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영문도 모른 채 깊은 땅 속에 묻혀야 하는 수많은 닭들의 ‘운명’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감염경로 못찾고 어제만 26만마리 살처분
“충청도도 안 거치고 어떻게 여기까지…”
주민들 땜질대응 울분…주변 지역 초비상
마을 곳곳에서 외부인 출입과 가금류 반출을 막는 초소는 ‘삼엄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희뿌연 소독약을 뿌리며 바삐 오가는 방역소독차의 행렬은 마치 화생방전을 치르는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지난 15일 밤까지만 해도 설마, 설마 했다”는 정아무개(60)씨는 “전 재산을 이렇게 허무하게 땅 속에 묻어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 정씨가 애지중지 키워온 닭 4만여마리는 이날 모두 살처분됐다. 일손을 놓은 채 멀리서 섬뜩하게 벌어지는 살처분 광경을 바라보던 김성한(48)씨는 “죽을 때 죽더라도 닭들에게 실컷 먹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닭들의 ‘애꿎은 죽음’을 애도하기도 했다.
들불처럼 번지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감염 경로에 대한 농민들의 답답한 탄식도 이어졌다. 이아무개(65)씨는 “어떻게 전라도에서 발생한 병이 충청도도 거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냐”며 답답해 했다. 살처분·방역 현장을 둘러보던 박승민(45·농업)씨는 “감염 경로가 어찌됐든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은 확실하다”며 “다른 지역 피해 확산 전에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임병규 경기도청 가축방역담당은 “전문기관에서 역학조사와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및 형질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감염 경로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생태변화나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쪽으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역망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지만 완벽한 방역망은 없다”며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만큼 개별 농가부터 더욱 철저한 검역과 예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평택시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석정리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농장 반경 500m~3㎞에 있는 ‘위험지역’ 안 7개 농장의 오리와 닭 26만3천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였다. 대책본부는 또 이날 오후 이 지역 조류 인플루엔자가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평택 지역이 뜻밖의 ‘직격탄’을 맞자 인접한 안성과 화성 등지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2월 조류 인플루엔자로 36개 농가에서 32만6천여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안성시는 읍·면사무소에 대책반을 꾸린 상태다. 안성시 축산과 방역담당 송기영씨는 “매년 1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조류 인플루엔자 비상 근무기간인데, 올해는 4월에 이런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안성에는 모두 378만5750마리의 가금류가 사육 중이다. 또 평택 발병지역과 맞닿은 화성시도 이날 현재 네 곳의 주요 도로에 통제소를 설치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조류 인플루엔자가 엄습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평택/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충청도도 안 거치고 어떻게 여기까지…”
주민들 땜질대응 울분…주변 지역 초비상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현황
임병규 경기도청 가축방역담당은 “전문기관에서 역학조사와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및 형질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감염 경로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생태변화나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쪽으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역망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지만 완벽한 방역망은 없다”며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만큼 개별 농가부터 더욱 철저한 검역과 예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평택시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석정리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농장 반경 500m~3㎞에 있는 ‘위험지역’ 안 7개 농장의 오리와 닭 26만3천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였다. 대책본부는 또 이날 오후 이 지역 조류 인플루엔자가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평택 지역이 뜻밖의 ‘직격탄’을 맞자 인접한 안성과 화성 등지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2월 조류 인플루엔자로 36개 농가에서 32만6천여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안성시는 읍·면사무소에 대책반을 꾸린 상태다. 안성시 축산과 방역담당 송기영씨는 “매년 1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조류 인플루엔자 비상 근무기간인데, 올해는 4월에 이런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안성에는 모두 378만5750마리의 가금류가 사육 중이다. 또 평택 발병지역과 맞닿은 화성시도 이날 현재 네 곳의 주요 도로에 통제소를 설치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조류 인플루엔자가 엄습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평택/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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