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시작돼 100일 가까이 진행된 특검 수사는 삼성그룹에 잊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 온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오후 2시 그 동안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건희 회장을 배임과 조세포탈 등 3개 혐의로 기소하는 등 의혹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그룹으로선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과 불법 로비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이 대부분 무혐의로 귀결됐고 임직원 중 구속된 사람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거리다.
어차피 경영권 계승 문제 등 여러 꼬인 문제가 있었는데 기왕 특검 수사를 통해 어떻게든 정리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에는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아 새 출발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함께 3개월 이상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아오면서 삼성의 대외 신인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지켜본 임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특검 수사는 100일 가까이 진행됐지만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사제단의 폭로가 시작된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보면 삼성그룹에게 지난 6개월은 '잃어버린 시간'이 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애초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며 완강히 버텼지만 특검 수사로 결국 차명 계좌를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오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쉼 없이 경쟁력을 갈고 닦아도 모자랄 판에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로 인해 경영에 공백이 생겨 해외 비즈니스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특검 수사로 인해 올해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는커녕 인사도 뒤로 미뤄야 했고 주요 투자 계획도 확정할 수 없었다. 또 삼성그룹 본관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이건희 회장이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를 지켜본 해외 거래처들은 삼성의 투명성과 비즈니스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냈으며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은 거래처를 안심시키기 위해 분주히 해외를 뛰어다녀야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삼성에 밀리며 위기감을 느껴왔던 일본 기업들이 삼성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자 노골적으로 삼성 타도를 외치며 합종연횡해 삼성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니의 '변심'이다. 소니는 삼성이 한창 특검 수사로 허덕일 때 돌연 샤프와 10세대 이후 LC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고 북미, 중국 TV 시장에서는 초저가 전략을 펼치며 삼성의 시장을 노렸다. 한편 국내에서는 특검 수사가 이제 종결됐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걱정도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야 특검 수사가 이제 끝나는 것이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외신은 주로 기소 단계부터 주목하면서 기사를 쏟아내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제3의 인물이 얼마든지 다시 삼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기에 특검 수사가 끝났다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또 특검 수사는 끝나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를 탓할 때가 아니다. 삼성그룹은 이제는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명실공히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삼성이 어떤 경영 쇄신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순동 삼성 전략기획실장 보좌역은 이날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특검수사를 계기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내주 중에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서울=연합뉴스)
무엇보다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쉼 없이 경쟁력을 갈고 닦아도 모자랄 판에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로 인해 경영에 공백이 생겨 해외 비즈니스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특검 수사로 인해 올해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는커녕 인사도 뒤로 미뤄야 했고 주요 투자 계획도 확정할 수 없었다. 또 삼성그룹 본관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이건희 회장이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를 지켜본 해외 거래처들은 삼성의 투명성과 비즈니스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냈으며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은 거래처를 안심시키기 위해 분주히 해외를 뛰어다녀야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삼성에 밀리며 위기감을 느껴왔던 일본 기업들이 삼성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자 노골적으로 삼성 타도를 외치며 합종연횡해 삼성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니의 '변심'이다. 소니는 삼성이 한창 특검 수사로 허덕일 때 돌연 샤프와 10세대 이후 LC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고 북미, 중국 TV 시장에서는 초저가 전략을 펼치며 삼성의 시장을 노렸다. 한편 국내에서는 특검 수사가 이제 종결됐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걱정도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야 특검 수사가 이제 끝나는 것이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외신은 주로 기소 단계부터 주목하면서 기사를 쏟아내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제3의 인물이 얼마든지 다시 삼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기에 특검 수사가 끝났다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또 특검 수사는 끝나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를 탓할 때가 아니다. 삼성그룹은 이제는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명실공히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삼성이 어떤 경영 쇄신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순동 삼성 전략기획실장 보좌역은 이날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특검수사를 계기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내주 중에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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