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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우농가 “이제 소 사육 포기”

등록 2008-04-18 16:13수정 2008-04-18 16:19

한우농가 ‘한숨만‘=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경북 경주 건천읍의 한 농민이 걱정스레 키우고 있는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한우농가 ‘한숨만‘=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경북 경주 건천읍의 한 농민이 걱정스레 키우고 있는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벌써 가격 폭락..일부 지역 반대 집회 예정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 협상 타결로 조만간 미국산 LA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까지 개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한우 농가들은 "이제 소 사육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큰 불안에 휩싸였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값도 폭등한 상황에서 값싼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까지 개방돼 한우 농가의 줄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 = 6천여농가에서 5만2천여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경북 경주의 농민들은 "한우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주 외동에서 5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남호진(49) 씨는 "사료값이 오르거나 소 가격이 떨어지는 등 어느 한쪽만 변동이 있어도 타격이 큰데 사료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한우 가격까지 폭락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면서 "지금부터는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삼호(49) 경주축협조합장은 "정부에서 한우 농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홍수출하로 1년 내에 상당수의 한우 농가가 도산하게 될 것"이라며 "작년 가을에 비해 사료값은 50% 정도 인상됐지만 한우 가격은 50만원 정도 빠졌는데 또다시 악재가 등장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천776농가에서 모두 5만5천700여마리를 사육해 충남 최대 한우 생산지역인 홍성의 농가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우협회 김봉수 홍성지부장은 "지난달부터 한우가격이 생산비 이하인 1㎏당 6천원 수준으로 떨어져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제적인 곡물가 인상으로 인해 사료 값마저 엄청 비싼 상황에서 과연 우리 축산농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록', '횡성' 등 6개의 한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의 축산농들도 미국산 수입으로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에서 지역의 한우가 밀려 고급육이 아닌 1등급 이하는 판매가 어려워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최경식 한우연구회 횡성군연합회장은 "사료값이 1년 사이 20kg 1포대당 6천원에서 1만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는데 미국산 수입으로 한우의 출하 가격이 20~30% 떨어지면 영세 축산농가들은 사료값도 건질 수 없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단 반발 움직임 = 쇠고기 협상 타결로 축산농가에 큰 피해가 예상되자 일부지역에서는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남지역 3만2천700여 한우농가들은 "정부는 해서는 안될 것을 했다"며 전국 한우사육 농가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 한우협회 경남지회 정호영(55)회장은 "정부에서 동물성사료를 먹여 키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야만적인 처사"라며 "국내 전체 소비자 85%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만큼 정부는 한우사육농가보다 오히려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농업인단체연합회 조현삼(43) 사무국장은 "경남지역 한우농가는 초상집 분위기"라며 "정부의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각 지역에 내걸고 전국 농업인들과 함께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우협회 충남 홍성지부 회원들도 이날 'FTA 타결로 인해 축산농가들이 살아나기 힘들다'는 내용의 현수막 5개를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벌써 가격 폭락, 사육 포기 =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장이 선 경주시 외동 입실 우시장에서는 5일 전보다 한우의 가격이 20만-30만원 폭락하는 등 벌써부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 경남 김해도축장에서는 평소 하루 150여 마리의 한우가 도축됐으나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날에는 10마리 이하의 소규모 축산농들이 사육을 포기하면서 도축 물량이 배 이상 증가했다.

경남 사천에서 한우 10마리를 키우던 김성갑(53) 씨는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인근 도축장에 사육하던 한우 모두를 도축키로 했으며 상당수 사육농가들이 전량 도축한 뒤 전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안전한 고급육 생산 등 한우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송재성 씨는 "한우 농가들이 예견했던 일"이라며 "정부가 쇠고기의 유통구조를 바로잡고 원산지표시제, 생산이력제 등을 제대로 실시해야만 한우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진주.홍성.장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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