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범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경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공판에서 검찰은 숭례문을 불태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채모(70)씨에게 "2006년 창경궁에 불을 내 집행유예 기간이었는데도 또다시 숭례문에 불을 질러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숭례문에 불을 질렀지만 창경궁에 불을 질렀을 때처럼 피고인의 토지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3의, 제4의 범행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또 다른 문화재가 피고인에 의해 불에 타 없어진다면 이를 막지 못한 사법기관의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중요 문화재에 대한 방화로 해소하려 했는데도 `다시 복원하면 된다'고 하거나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는 등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에 상응하는 처벌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형에 앞서 검찰은 "어떤 사건보다도 구형에 많은 고민을 하게 한 사건"이라면서 "피고인이 창경궁에 불을 질렀을 때 엄히 처벌했다면 숭례문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숭례문이 사라져 다시 옛모습 그대로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숭례문에 불이 난 것을 TV로 지켜볼 때 처음엔 연기만 피어올라 누구나 금방 꺼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 책임은 누구나 숭례문에 출입이 가능하게 한 `전시행정'과 불이 났을 때 초기대응을 못한 기관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채씨는 피고인 신문을 통해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을 인정하며 "국민들에게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으나 마지막으로 주어진 진술 기회에서 2006년 4월 창경궁 방화는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며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다.
채씨는 2월 10일 국보 1호인 숭례문 누각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전소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채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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