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에서 져 강제퇴거를 당하게 된 아파트 입주민들이 `건물주는 악덕사채업자'라고 아파트 벽에 글씨를 쓴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모욕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모 아파트 403호, 102호에 살고 있던 박씨 등은 A씨가 건축주로부터 아파트를 매입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명도소송에서 이기는 바람에 강제로 퇴거 당하게 되자 다른 주민들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박씨 등은 2006년 1월부터 9월까지 아파트 주차장에 가건물을 지어놓고 비대위 사무실로 사용하고, 아파트와 주차장 벽에 매직 및 스프레이로 `이 건물은 사기꾼 A씨와 재판중이니 사기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악덕사채업자야 각성하라'는 등의 낙서를 했다.
박씨 등은 명예훼손과 공동재물손괴, 주차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검사가 죄명 중 명예훼손을 모욕으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사소송의 항소심 등 소송절차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벽에 낙서를 한 것은 긴급성 내지 보충성이 없어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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