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중립성 논란 휩싸인 감사원…불끄기 고심

여야 협공 ‘고립무원’…“절차따라 감사” 해명

감사원이 최근 공기업 감사와 혁신도시 실태 내부보고서 유출 등으로 정치 중립성 논란의 한가운데에 놓이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정부의 공기업 개혁정책에 발맞춰 `공기업 표적감사'에 나섰다는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혁신도시의 사업효과가 과장됐다는 감사원 내부 검토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혁신도시 정책수정'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특히 혁신도시 궤도수정 논란은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공세를 촉발시켰고, 정부와 여당간 정책혼선 양상으로 증폭되면서 혁신도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감사원이 여야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양상이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지난 17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의 정치 중립성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작년까지만 해도 혁신도시가 늦다고 관련 부처를 압박했던 감사원이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는 것은 아무리 공직사회가 해바라기라고 해도 너무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며 "경제효과 부풀리기라는 감사원의 주장이 맞다면 감사원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는 직무유기다. 감사원마저 정치바람에 휘둘린다면 국민은 어디에 정의를 호소한다는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감사원의 혁신도시 검토보고서로 일이 꼬였다는 뉘앙스가 감지되고 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열렸던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감사원에서 보고서가 잘못 유출돼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이처럼 정치중립성 논란이 커지자 내부 감찰활동에 들어가 혁신도시 내부문건 유출자 규명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20일 별도의 참고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감사원은 자료에서 "2006년 지역개발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해 혁신도시 추진과정상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고, 그 결과를 2007년 11월 공개했다"며 "언론에서는 당시 감사결과를 `혁신도시 이대로 가면 유령도시' 등의 제목으로 보도한바 있다. 통상 사업착수, 추진 중간단계, 완료단계별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감사원이 혁신도시와 관련해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해명인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 내부에서도 혁신도시 내부검토 보고서가 감사원의 정치 중립성에 치명타가 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신년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해왔으나 실무진의 초기 검토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됐고, 문건 유출의 의도성 여부를 떠나 `혁신도시 정치 논란'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공직기강 감찰 활동을 담당하는 감사원에서 민감한 시기에 문건유출 사고가 일어났다는 자체만으로도 낯을 들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윤섭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