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한바탕 ‘뉴타운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서울 동작구 사당1동의 한 부동산 앞을 시민들이 지나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뉴타운 헛바람’에 세입자들 ‘휘청’
사당동 2년전 9천만원 전세가 현재 1억5천
“정치인들, 집 없는 세입자 형편 관심 없어” “1억5천이요? 후우, 거긴 안 되겠네요.”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1동 주택가에서 만난 채아무개(54·여)씨의 콧등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전셋집 보러 2주째 다닌다”는 채씨는 “뉴타운 때문에 왜 세입자들이 죽어나야 하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2년 전 사당1동 빌라에 전세 9천만원을 주고 입주했던 채씨는 얼마 전 집주인한테서 “전세를 1억5천만원으로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인근 전셋집을 알아봤지만, 다른 빌라도 전셋값이 5천만∼6천만원씩 올라 발만 동동 굴렀다. 채씨는 “뉴타운 기대감으로 빌라 값이 오르고 덩달아 전세까지 뛰었다”며 “개발 소문 자체가 세입자들에겐 피 말리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의 주택가를 휩쓸고 있는 ‘뉴타운 바람’ 때문에, 전세 1억원 미만의 다세대·다가구 세입자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총선 뒤 서울시장이 “추가 뉴타운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잔뜩 부풀려진 기대감과 집값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최근 강북발 집값 폭등을 주도한 노원구가 대표적이다. 월계1동 ‘부동산뉴스’ 홍아무개 대표는 “2년 전 3500만∼4천만원이었던 전세가 지금은 5천만∼6천만원”이라며 “목돈 없는 신혼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써브’ 안호형 사장도 “집값이 올랐을 때 팔아버리려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이주비를 주면서 나가 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세입자들이 막상 이주비 받고 나가려고 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사 가기가 힘들어 좌절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 세입자들은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계약기간이 끝나는 것 자체가 두렵고, 또 한편으론 뛰는 집값 때문에 영원히 내집 마련이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중랑구 중화1동 우리부동산 유한주(49) 대표는 “6천만원 전세 살던 사람이 돈 모아서 8천만원이 됐는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더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8동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이아무개(42)씨도 “갈수록 집 장만이 힘들어질 것 같아 다가구 주택이라도 대출받아 살까 하고 왔는데, 막상 나와 보니 가격이 너무 올라 그냥 전세로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사업도 세입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세입자들은 몰려드는데, 기존 세입자들은 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전농3동 양지부동산 황민기(42) 대표는 “전셋값이 작년보다 20% 정도 올랐는데, 다른 뉴타운 개발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몰려서 전세 매물이 더 없다”고 전했다. 금천구 시흥3동에서 만난 최아무개(37)씨도 “2∼3일 집 보러 다녔지만 전·월세 고르기는커녕 집 한번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주 전세 7천만원짜리 빌라에서 보증금 5천만원에 월 50만원짜리 빌라로 이사했다는 시흥2동의 조정희(35)씨는 “총선 때 정치인들은 집 있는 사람들의 집값에만 관심이 있지, 나 같은 세입자들의 형편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며 아쉬워했다. 송경화 황춘화 김성환 기자 freehw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오세훈 시장 “뉴타운 추가선정 당분간 고려안해”
▶ “정치권 왈가왈부 좌고우면 않겠다” 논란 진화 시도
▶ 오세훈 서울시장 “뉴타운 안한다” 말 바꿔
▶ 주민들 “뉴타운 공약에 속았다” 부글부글
▶ 총선용 ‘뉴타운 공약’ 누가 거짓말 했나
▶[한겨레21] 재개발됐거나 재개발 될 곳은 ‘무조건 한나라 강세’
사당동 2년전 9천만원 전세가 현재 1억5천
“정치인들, 집 없는 세입자 형편 관심 없어” “1억5천이요? 후우, 거긴 안 되겠네요.”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1동 주택가에서 만난 채아무개(54·여)씨의 콧등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전셋집 보러 2주째 다닌다”는 채씨는 “뉴타운 때문에 왜 세입자들이 죽어나야 하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2년 전 사당1동 빌라에 전세 9천만원을 주고 입주했던 채씨는 얼마 전 집주인한테서 “전세를 1억5천만원으로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인근 전셋집을 알아봤지만, 다른 빌라도 전셋값이 5천만∼6천만원씩 올라 발만 동동 굴렀다. 채씨는 “뉴타운 기대감으로 빌라 값이 오르고 덩달아 전세까지 뛰었다”며 “개발 소문 자체가 세입자들에겐 피 말리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의 주택가를 휩쓸고 있는 ‘뉴타운 바람’ 때문에, 전세 1억원 미만의 다세대·다가구 세입자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총선 뒤 서울시장이 “추가 뉴타운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잔뜩 부풀려진 기대감과 집값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최근 강북발 집값 폭등을 주도한 노원구가 대표적이다. 월계1동 ‘부동산뉴스’ 홍아무개 대표는 “2년 전 3500만∼4천만원이었던 전세가 지금은 5천만∼6천만원”이라며 “목돈 없는 신혼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써브’ 안호형 사장도 “집값이 올랐을 때 팔아버리려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이주비를 주면서 나가 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세입자들이 막상 이주비 받고 나가려고 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사 가기가 힘들어 좌절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 세입자들은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계약기간이 끝나는 것 자체가 두렵고, 또 한편으론 뛰는 집값 때문에 영원히 내집 마련이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중랑구 중화1동 우리부동산 유한주(49) 대표는 “6천만원 전세 살던 사람이 돈 모아서 8천만원이 됐는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더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8동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이아무개(42)씨도 “갈수록 집 장만이 힘들어질 것 같아 다가구 주택이라도 대출받아 살까 하고 왔는데, 막상 나와 보니 가격이 너무 올라 그냥 전세로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사업도 세입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세입자들은 몰려드는데, 기존 세입자들은 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전농3동 양지부동산 황민기(42) 대표는 “전셋값이 작년보다 20% 정도 올랐는데, 다른 뉴타운 개발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몰려서 전세 매물이 더 없다”고 전했다. 금천구 시흥3동에서 만난 최아무개(37)씨도 “2∼3일 집 보러 다녔지만 전·월세 고르기는커녕 집 한번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주 전세 7천만원짜리 빌라에서 보증금 5천만원에 월 50만원짜리 빌라로 이사했다는 시흥2동의 조정희(35)씨는 “총선 때 정치인들은 집 있는 사람들의 집값에만 관심이 있지, 나 같은 세입자들의 형편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며 아쉬워했다. 송경화 황춘화 김성환 기자 freehw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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