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시오노 나나미가 말하는 ‘지도자의 자질’, 이명박은 몇점?

등록 2008-04-21 16:22수정 2008-04-22 09:26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고등학생에게 ‘지도자의 자질’ 가르치는 이탈리아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지적 능력·설득력·육체적 내구력·자기 제어 능력·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일반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역사 교과서에서. 흥미롭다. 우리 교육체계가 국사를 수능과 내신관리를 위한 암기과목으로 취급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의 고등학교(5년제)에서는 이런 것을 배운다고 한다. 단순한 암기를 넘어 '세상'을 가르치고, 역사 공부를 통해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라는 '속편'을 펴낸 시오노 나나미는, 인터뷰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할말을 잃었을 정도"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이탈리아의 교육과정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이탈리아의 대학에서는 '교양과정'이 없다고 하는 것이 주목할만 하다. 역사와 철학, 라틴어와 그리스어같이 어지간한 교양과목은 모두 고등학교에서 배우면서 대학으로 진학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는 '실용 학문'이라면서 이런 교양과 고전 과목에 대한 공부를 중시하는 '전통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돌아보자. 반면에, 우리는 '영어 몰입 교육'이니 하는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기까지 한데 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러면서 이탈리아 역사 교과서가 언급한 저 다섯 가지 자질에 따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의 유명인물에 대한 점수를 측정한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치라고 할 수 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다. 그 기준에 따르면 다섯 가지 자질 모두에서 만점을 갖춘 인물은 단 두명이다.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와 이탈리아 역사교과서도 언급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뿐이다. 그 외에는 로마의 오현제 중 한사람이라는 하드리아누스가 설득력에서 80점이고 나머지 4개 항목에서 100점을 받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 그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성적표다. 저마다 다른 기준이 있고,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점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다섯 가지 자질, 과연 몇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한가지 전제하자면,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점수'를 직접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에게 여태껏 제시한 발언과 정황, 그리고 정책을 옮겨놓는 것만으로도 대강의 평가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점수를 매기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지적 능력

지적 능력에서 시오나 나나미가 만점으로 평가한 사람은 4명이다. 알렉산드로스, 페리클레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드리아누스다.

알렉산드로스의 경우에는 기병은 기병끼리, 보병은 보병끼리 전투를 치룬다는 그 당시의 불문율을 과감히 깨고 기병의 스피드와 유기적 활용에 눈떠 전쟁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점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다.

"오늘날의 유럽을 사실상 창조하고 설계했다"는 평가까지 받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더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재위기간 동안 상당한 시간을 순행을 통해 광대한 로마제국의 현실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재구축'에 나선 하드리아누스가 만점인 것도 수긍할 수 있다.

여기서 뭘 알 수 있을까? 천재적인 전략가라고 알려진 한니발도 85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목하자. 여기서의 '지적 능력'은 시오노 나나미의 '천재론'을 옮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누구나 뻔히 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기존의'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천재"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한니발은 전술가로서는 훌륭했지만, 로마연합의 틀을 이해하지 못해 '로마 연합 해체'라는 정치적 목적은 실천하지 못했다. 그리고 스키피오라는 라이벌에게 패배했다는 것도 결정적인 지점, 그래서 그는 85점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뻔히 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기존의' 사실을 깨닫는"이라는 관념과, 탄탄한 설계도와 구상 능력을 '지적 능력'의 평가 척도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진심인지, 정치적 제스처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경제는 죽지 않았지만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현실에 대해 '경제 살리기'라는 구호와 함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처방과 1% 부유층을 위한 분야를 총망라한 정책 제시, '전봇대'나 '고속도로 톨게이트'같은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지대한 관심,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 능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과 공약들은 과연 우리 시대에 필요하며 거쳐가야 할 것들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눈은 과거를 향해 있는지, 미래로 향해 있는지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 능력', 과연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설득력

이 부분의 만점자는 페리클레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의 3명이다. 대중의 성향을 꿰뚫은 말솜씨와 카피라이터로서의 재능,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재능의 소유자들이다.

페리클레스의 경우, 그의 연설을 들은 대중은 흰 것을 검은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언급,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만약 수많은 관중 앞에서 페리클레스가 레슬링 시합에 지고서도 그가 '내가 이겼다'라고 주장하면 대중은 그것을 믿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겨놨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북아프리카 원정에 나설 것에 대해 로마 원로원의 핵심 파비우스 막시무스가 반대하자 그 자신이 직접 원로원에서 연설에 나서 이 여론을 '찬성 반, 반대 반'으로 돌려놓는데에 성공한다.

그래서 '제한적인 권한'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그 결과는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을 격파한 것으로 알아볼 수 있다. 그 한니발도, 스키피오와의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볼 수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적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설득력으로 규정한다. 아군의 마음은 얻을지언정 적을 설득하는데에는 실패한 한니발도 고작 65점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설득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이미 '불도저'라는 별명에서도 점수는 대강의 측정이 돼 있다고 판단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어 '설득력'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출세신화'를 동경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움직일 수 있는 삶의 배경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설득력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조차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설득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종 정책을 제시한 가운데, 극렬한 반발 움직임에 대해 그 이슈를 수면 아래에 가라앉히는 임시처방이나 '무시 작전'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말 많고 탈 많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처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들의 방식에서도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 '설득력'에 있어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인간들을 움직이려면 말로 설득하지 않고는 어렵다"면서 알렉산드로스도 80점을 매긴 시오노 나나미의 지적을 기억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자기 제어 능력

시오노 나나미는, 페리클레스·한니발·카이사르·트라야누스·하드리아누스·안토니누스 피우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을 자기 제어 능력에서 만점을 부여했다. 자기 제어 능력이란 자신의 사생활이나 특정한 성향이, 공적인 목표나 자신의 정치적 의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듯하다.

'로마 연합 해체'라는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고 감수할 자세를 갖췄던 한니발, 바람둥이와 빚쟁이로 유명하지만 절대로 가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자신의 공직생활에 누가 되지 않도록 했던 카이사르 등의 실상을 기억해보자. 알렉산드로스는 포도주를 폭음할 정도로 마신 다음에 자신의 측근이나 친구들을 죽인다던가 하는 기행 탓에 80점을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갖은 말실수와 비리 의혹 파문 등으로 대선 기간 내내 화두가 됐던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제어 능력'에서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중에서, '자기 제어 능력'에서 6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지속적인 의지

시오노 나나미가 '지속적인 의지'에 대해 만점을 매긴 사람은 알렉산드로스 대왕·페리클레스·한니발·그라쿠스 형제·루키우스 술라·카이사르·아우구스투스·티베리우스·트라야누스·하드리아누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다.

'지속적인 의지'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지속적인 의지'에 '설득력'이라는 덕목이 갖춰져야 그 '지속적인 의지'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남을 설득하는데엔 큰 관심이 없었던 티베리우스를 예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인기 관리'도 잊지 말아야 하는 로마 황제임에도 카프리 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음으로써 오랫동안 박하게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반면에, 아우구스투스는 병약한 건강과 카이사르의 암살이라는 선례 속에서 로마의 재구축을 위한 권력의 집중 작업에 대해 아주 오랜시간동안 신중에 신중을 기울이며 '위선'까지 불사했을 정도였다. 이 정도는 돼야 그 지속적인 의지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불도저' 이명박 대통령은 지속적인 의지라는 부분에서 최소한 80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의 '지속적인 의지'에는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발언이나 행동에서도 페리클레스나 카이사르와 같은 품위를 맛볼 수도 없다.

설득력이나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품위가 배제된 의지, 이명박 대통령의 '지속적인 의지'를 생각하면 루키우스 술라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하지만 이 비교론도 들어맞지만은 않는다. 루키우스 술라의 정치적 센스나 체제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의식,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느껴질 수 있을지라는 의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역사교육이 말하는 '지도자 자질론', 흥미로운 평가 계기될 것

<로마인 이야기> 속에서의 인물론이나 '체사레 보르자'에 대한 평가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중시하는 것은 '품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품위'라는 것은 절대 간단히 정의내려지지 않는다. 5개의 자질을 얼마나 갖췄으며,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남의 위에 서서 남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새를 해로운 새"라고 손가락질한 마오쩌둥의 한순간 선택에 의해 대기근이 이어졌다는 중국의 근현대사도 기억해야 한다. 이게 바로 남의 위에 선 인간의 손가락이 불러올 수 있는 결과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따라 수백만, 혹은 수천만의 사람들의 안위와 직결될 수도 있다. '품위'에는 그 손가락 하나에 의해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안목도 필요하다.

참고로, 나는 '육체적 내구력'이라는 평가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5년동안 건강에 별 탈만 없으면 되기 때문이다. 탈이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방미에 있어서도 지적 능력·설득력·자기 제어 능력, 특히 지적 능력과 설득력에 있어 의문이 가는 일들을 많이 벌이고 있다.

소고기 협상에 있어서도, 한국인의 95%가 광우병 유전자에 취약한 메티오닌 동질접합체(MM 유전자형)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기억했는지, 노무현 정권은 왜 소고기 협상을 그토록 질질 끌어왔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보면서, 남 위에 선 인간의 5대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