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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겉멋만 잔뜩 든 이명박의 ‘선진화’

등록 2008-04-21 16:31

이명박 대통령이 늘 '선진화'를 말하고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 지향하는 방향 설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과 행태를 보면 '선진화'의 개념이 거꾸로 뒤집힌다.

'문물의 발전 단계나 진보 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서게 됨'을 의미하는 '선진화'는 문물의 발전 단계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를 뼈대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다음의 물음에 점수를 매겨보면 상대적인 선진화의 정도를 알 수 있다.

* 사회를 움직이는 공적 가치가 확고하고 투명하며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을 국가가 배려하고 이들은 국가를 믿는가 ?
* 일정 경제수준을 지속 유지할 인적, 물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며 교육, 주택, 의료,복지 분야의 인프라 수준이 높고, 높일 의지가 있는가 ?
* 민주주의 완성도가 높고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되며 법, 제도, 권력의 공정성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있는가 ?
* 공정시장경쟁, 기회균등, 공익적 형평과세 원칙이 잘 지켜지며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창조적 활동이 왕성한가 ?
* 생태환경 보전에 대한 사회적 의지가 높은가 ?
* 자국 문화에 대한 긍지와 타문화를 존중하며 패권적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는가 ?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에 장 차관들이 아침부터 회의를 한다는데 '선진화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해보았는지,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하는 방향이 '선진화'인지, 장 차관들의 충성경쟁과 배알없는 정책 말바꾸기가 '선진화'인지. 그 대답을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인 미국 방문 결과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방문국인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마다 비위가 상한다. 대통령을 환영하는 삼성의 신문 광고는 뭔가 궁색해 보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좌중을 웃겼다는 국내 신문기사는 배알이 없고, 쇠고기 수입 검역주권을 미국에 통째로 바치고도 태연하고, 자찬하는 '21세기 전략동맹'은 개념조차 모호하다. 마치 '코미디'같다.

더 웃기는 것은 교황의 미국 방문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영국 총리도 이바람에 겨우 체면만 건졌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방문외교를 펼치려면 '타이밍'도 중요하다. 게다가 '부시'는 임기말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서둘러 보따리 싸들고 미국으로 간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보다 선진화된 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면 '선진화'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CEO인 나를 믿고 투자해 달라" 했다. 허세도 이런 허세가 없다. 어느 유수 자본가가 5년짜리 대통령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말인가. 먼저 국내의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국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

미국 방문 성과만 보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을 빙자한 '선진화'는 겉멋만 잔뜩 들어있다. 선진으로 향하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기반은 거꾸로 돌리면서 '선진화'라는 겉멋에 취해 설치다 보니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망신을 사는 것이다. 겉멋은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개념부터 다시 정리하고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대미외교는 말로는 '실용외교'지만 실제로는 '조공외교'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이명박 정부는 전통적 한미관계 복원이라는 미명에 취해 동북아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나 않았는지, '선진화'의 방향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나선 대가가 무엇을 남겼는지 반성부터 해야할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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