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외국인 성씨로 성본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 성씨를 가진 한국인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홍창우 판사는 김지영(11·가명)양의 어머니가 딸의 성을 필리핀 국적인 남편 훌리오 산체스(가명)씨의 성으로 바꿔 달라며 낸 성본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고 21일 밝혔다. 산체스씨의 본(本)이 없기 때문에 김양은 본 없이 성만 바꿔 최근 ‘산체스 지영’이란 이름으로 된 새 여권을 발급받았다.
홍 판사는 “국제결혼이 증가해 다문화 가정이 느는 추세에 비춰 한국인이 외국인의 성을 갖는 게 흔치 않은 일은 아니다”며 “김양의 어미니가 성 변경을 간절히 원했고 김양이 친아버지와 10년 동안 아무런 교류가 없어 사실상 관계가 단절돼 살았으며 앞으로 새아버지와 외국에서 살 계획인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양은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친아버지를 만난 기억이 없고 어머니가 재혼한 2003년부터 외국인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김씨 어머니는 “딸이 ‘왜 나는 아빠랑 성이 다르냐’며 여러 번 궁금해했다”며 “새아버지와 성이 다른 게 딸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가족으로 일체감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성본 변경을 신청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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