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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건희 회장 “허물 안고 가겠다”…삼성 “충격적이다”

등록 2008-04-22 11:53수정 2008-04-22 15:00

회견에 쏠린 눈 = 삼성 이건희 회장이 22일 오전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본관 지하 1층 가전매장에서 취재진을 비롯한 시민들이 텔레비젼을 통해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회견에 쏠린 눈 = 삼성 이건희 회장이 22일 오전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본관 지하 1층 가전매장에서 취재진을 비롯한 시민들이 텔레비젼을 통해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삼성 특검수사에 대한 후속조치로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전격 퇴진키로 발표하자 삼성 내부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하루 종일 술렁임이 끊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5분께 삼성본관 지하1층 국제회의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이학수 부회장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연단에 다가가 미리 준비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을 3분동안 낭독했다.

그동안 삼성특검의 수사 종결 이후 삼성이 내놓을 '경영 쇄신안'에 대해서는 그 내용뿐 아니라 '발표 주체'를 놓고서도 온갖 추측이 난무했으나, 이 회장은 '위기의 삼성'을 구하기 위해 국민앞에 직접 나서 일생일대의 대결단을 밝히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성명을 읽어내려갔으나 곳곳에서 목소리가 잠기는 듯 목청을 가다듬기도 했다. 또 혈기없는 굳은 얼굴에서는 지난 몇 달간의 고심의 흔적이 낱낱이 묻어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허태학 삼성석화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 40여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일제히 참석했다.

사장단은 이 회장이 성명을 발표하기 30여분 전부터 회견장에 마련된 의자에 착석했으며, 입을 굳게 다문 채 삼성그룹사(史)에 일획을 그을 역사적 순간을 초조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이 회장은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말도 많은데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이어 "그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삼성 가족'에 대한 미안한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20년전 저는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성명을 낭독한 뒤 자리를 떠나자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은 마이크를 이어받아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는 짧은 말로 복잡한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 부회장도 오는 7월부터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및 등기이사, 삼성문화재단 이사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모든 자리에서 사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 11일 특검팀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그룹 경영체제 쇄신 검토 및 자신의 책임의사를 밝혔으나 삼성측은 이에 대해 "이 회장 자신이나 경영진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왔다.

그런 탓에 회견장에 자리를 함께 한 사장단과 임직원 등 100여명의 삼성인사들은 예상보다 파격적인 이 회장의 '결단'에 눈을 지긋이 감고 고개를 숙이거나 큰 숨을 몰아쉬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취재기자들조차 이 회장의 전격적인 회장직 퇴진 의사 표명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순동 사장은 소회를 묻는 기자들에게 "심정을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삼성의 모든 직원들이 '회장님이 없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이 회장의 지배력과 경영능력, 의사결정 역할 등을 고려할 때 2선 후퇴 가능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마디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회장직 퇴진 및 삼성 쇄신안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은 당초 23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삼성 핵심인사들에게조차 이날 오전 7시께 '통보'됐을만큼 비밀리에 전격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는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회의도 하루 앞당겨 이날 새벽에 열어 경영쇄신안에 대한 최종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같은 시각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려던 차세대 영상장치인 '블루레이' 신전략 발표회도 추후로 연기됐다.

또 이날 회견은 200여명의 국내외 취재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YTN, MBN 등 뉴스전문채널은 물론 지상파 방송3사를 통해 생중계돼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 쏠린 국민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

기자회견은 아울러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의 사내방송을 통해서도 생중계돼 18만여명의 국내 근무 직원들 중 상당수가 이 회장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으며, 일부 직원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쏟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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