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특목고 학생이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날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이 치러진 지난 15일 저녁 8시께 서울 ㄷ외국어고 3학년 최아무개양이 자신의 집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양의 방에서 ‘요즘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괴롭다’는 내용의 메모가 여러 장 발견됐다”며 “최양이 평소 입시에 대한 극도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양은 ㄷ외고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최양은 1·2학년 때도 전교 10등 안팎의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왔다”며 “모의고사를 치른 뒤 지레 성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좌절감을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ㄷ외고가 지금까지 우수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해 온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ㄷ외고는 지난해부터 모의고사 결과가 나오면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학교 게시판에 공개해 왔다.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던 지난해에는 과목별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명단을 공개했고, 올해부터는 전국 상위 1%에 속하는 100여명의 학생 이름을 석차 순으로 학교 게시판에 붙여 왔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력 향상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모의고사에 한해 1등에서 100등까지 성적을 게시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수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강한 자극을 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민영 유선희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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