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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그룹 경영 흔들릴땐 ‘이재용 승계’ 힘 실릴수도

등록 2008-04-23 13:50수정 2008-04-23 17:25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계열사 사장단이 늘어선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계열사 사장단이 늘어선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건희 회장 없는 삼성 어디로
계열사 독립경영체제 연착륙 여부가 최대관심
‘대외대표’ 이수빈 회장 중심·조정 구실 ‘의문’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연매출 160조원의 삼성그룹은 이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선장 없이 항해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삼성이 말하는 대로 완전한 계열사 독립체제를 이루기까지는 과제가 적잖다. 또 한편에선 제대로 이 체제가 안착되지 않으면 ‘과도기’적 성격만 띠게 될 뿐, 이를 빌미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논리가 더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삼성은 이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사장으로 이뤄진 이른바 ‘삼각 편대’ 체제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전략기획실이 담당하던 그룹 경영 총괄 기능은 형식상 모두 사라지게 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는 삼성이라는 느슨한 브랜드를 공유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 대표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맡지만 이수빈 회장은 ‘대외적’이고 ‘실무적 권한은 없다’는 게 삼성 쪽 설명이다. 사장단 회의에선 중요한 투자 결정 등 그룹 내 주요 현안을 ‘협의’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와 주총에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학수 실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 등 핵심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던 이른바 ‘9인회’(전략경영위원회)도 사라지게 된다.

전략기획실 홍보담당 윤순봉 부사장은 “사장단 회의는 서로 모여서 협의하는 수준이다. 미국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닌 개별기업 경영체제로, 그룹은 사실상 해체되는 것”이라며 계열사의 자율성이 크게 강화된다는 쪽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이전에는 삼성전자와 에스디아이가 엘시디 사업을 두고 다툴 때 전기실을 통한 조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중복 사업을 두고 다투는 계열사들도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런 문제는 전자계열사 사장단 모임식으로 부문별 협의를 통해 좀더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도 “계열사의 독립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 경영체제 변화
삼성 경영체제 변화


당장 관건은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계열사의 독립 경영체제가 제대로 된 독립경영을 해낼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만 예로 들더라도, 한꺼번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투자 결정을 계열사 사장이 독자적으로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영호 뉴패러다임센터 팀장은 “지금까지 삼성의 경영진은 인사나 재무 등에서 핵심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을뿐더러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고 의사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며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오너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얼마만큼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성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계열사들의 독립 경영체제가 자리 잡지 못해 그룹 전체의 경영이 흔들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논리에 오히려 힘이 실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수빈 회장은 대외적으로만 그룹을 대표할 뿐인데다, 사장단 회의에 들어간다 해도 얼마나 중심과 조정 구실을 해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룹의 중심이 없어 각 계열사들의 경영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온다면, 삼성은 이를 빌미로 이재용 전무의 입성론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쇄신안에서 이재용 전무와 관련한 내용은 최고고객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게 전부다. 김진방 교수는 “이번 쇄신안에서 에스디에스나 에버랜드 주식의 헐값 배정 등 그동안 이 전무와 연루된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결국 이 전무에게는 조금도 흠집을 남기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이 말은 곧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더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우성 김영희 기자 morgen@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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