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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고추 없던 신라음식으로 ‘식치’ 꿈꿔요

등록 2008-04-23 18:46수정 2008-04-23 19:17

차은정(42·사진)
차은정(42·사진)
‘신라시대 상차림’ 전시한 차은정 원장
“조선 궁중 조리법만 부각 아쉬워”
한국국제요리경연서 대상받기도
“건강에 좋은 식사전통 복원할 것”

‘한국의 술과 떡 잔치’가 열리고 있는 경북 경주 황성공원에 ‘신라의 떡·역사문화 특별전’이 차려졌다. 전시실을 찾은 관광객들은 “아..신라 사람들이 이런 음식을 먹었다는 게 신기하다”며 신라시대 상차림에 눈을 떼지 못했다. 신라시대의 갖가지 떡과 음식으로 상을 차려낸 이는 차은정(42·사진) 신라역사문화음식연구원 원장이다.

“한국 전통음식 하면 드라마 <대장금>에서 선보인 조선시대 궁중요리가 단박에 떠오르죠? 이상하게도 1천년 역사를 이어온 신라의 음식은 모두에게 이름조차 낯설어요. 그 음식의 맥을 찾아내 현대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입니다.” 신라음식에 대한 차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라 때는 고추가 들어오기 전이었어요. 김치와 찌개, 무침요리는 어떻게 맛을 냈을까요? 전반적으로 담백한 맛을 깔고 천초나 산초, 생강으로 매운 맛을 대신했더라구요.”

그가 특별히 신라 음식에 관심을 가진 건, 한국음식의 틀이 조선시대 궁중음식이나 호남지역에서 전해오는 조리법에 한정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경남 양산에 있는 영산대에서 ‘약선요리’를 가르치게 된 것도 계기가 됐다. 나와 가장 가까운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를 쓰는 게 약선(약이되는 음식) 요리의 출발이다. 연구를 거듭하다 보니, 영남지역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자연스럽게 경주을 중심으로 한 신라시대 음식과 연이 닿았다.

최근 차 원장이 이끄는 연구원팀이 ‘신라약선요리로’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흘동안 신라 약선요리 코스를 내놓아 조선의 맛과 차별되는 신라의 맛으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2006년 경주에서 문을 연 연구원에서는 크게 신라·고려·조선 왕실로 이어지는 약선과 경주지역에 전해지는 향토음식의 맥을 찾는 일을 과제로 삼고 있다. 오래된 문헌을 뒤져 음식문화의 흔적을 찾고, 이를 시대별·식재료별로 분류하는 기초적인 연구부터 음식을 조리하는 전 과정을 동시에 파고들고 있다. 신라음식의 역사와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연구과정도 마련해 이미 40여명을 배출했다.

차 원장은 “산·들·바다를 끼고 있어 식재료가 풍부했던 신라는 건강에 좋은 이상적인 식사전통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저 음식을 복원해 맛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병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치’의 길을 열어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리학 박사인 그가 지난해부터 대전대에서 한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주/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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