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온라인 업체의 개인정보 동의 현황
엘지파워콤·신세계몰 등 절차없어
회사원 차민우(33)씨는 지난 17일 한 보험회사로부터 무료보험에 가입되었다는 안내전화를 받고 황당했다. 차씨가 “가입 동의한 적이 없으니 해지해 달라”고 했더니, “음악 사이트에 가입할 때 보험에도 자동 가입됐다”는 설명이 되돌아왔다. 그제서야 차씨는 음악사이트 회원가입 때 ‘개인정보를 외부업체에 넘길 수 있다’ 내용의 이용약관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장인 김아무개씨(27)는 얼마 전 애용하는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일리지 혜택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했다. 그는 “원치 않아도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 뒤로 김씨는 한 보험사로부터 수차례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회원 탈퇴를 해야 하는 건지, 또 탈퇴해도 내 정보가 회수되긴 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주요 온라인 업체 63곳의 개인정보 활용·동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셋 중 한 곳이 구체적인 동의절차 없이 고객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실련 조사결과를 보면, 엘지파워콤, 신세계몰, 뮤직온 등은 별도의 고객 동의절차 없이 개인정보를 제휴업체에 넘겨 제휴카드 발급, 보험상품 유치, 부가서비스 가입 등의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이들 세 곳은 개인정보 취급 방침을 이용자한테 단순 고지만 하고 별도의 동의절차를 두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개인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제3자한테 제공하려면, 이용약관 동의와는 별도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또 동부생명, 동부화재, 삼성증권, 제주항공, 케이티에프 등 8곳은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일괄적으로 받았고, 대우증권, 롯데닷컴, 삼성생명, 인터파크, 케이티메가패스 등 7곳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가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절차가 대부분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어 무분별하게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위법성이 명백한 온라인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법적 조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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