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어겨 고발·폐쇄 명령 속출…입주자 계약해지 요구 불보듯
새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 방침 이후 건설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내걸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의 영어마을’이 불법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이 영어마을은 관할 교육청에 등록하고 운영해야 하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과, 학원은 상가에만 설치할 수 있는 주택법에 위배한다. 이에 따라 이들 영어마을이 최근 행정당국으로부터 고발 또는 폐쇄 명령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때문에 영어마을을 조건으로 내걸고 분양을 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애초 계획을 변경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그렇지 않을 경우 건설사들은 입주 예정자들로부터 계약해지나 손해배상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광명교육청은 23일 “광명시 철산동 ㄷ아파트 내 주민공동시설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약을 맺어 120여명의 유아와 초·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온 영어마을 운영업체 ‘코앤비아’를 지난달 중순 학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학원법은 영리든 비영리든, 영어마을로 부르든 아니든, 모두 10명 이상에게 총 30일 이상 교습하게 되면 학원으로 규정해 교육청에 학원으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광명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으로 등록해야 원어민 강사가 4년제 대학은 나왔는지, 적법한 비자를 받았는지, 성범죄 전과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어겼다”고 설명했다. 광명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철산동 ㄷ아파트는 주민공동시설에 학원을 설치한 셈이므로 주택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의 ‘자연 앤 데시앙’ 아파트 또한 2006년 12월부터 단지 내 관리사무소 뒤편 주민공동시설에서 영어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입주민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영어마을 역시 지난주 용인교육청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폐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고발하는 게 맞지만 주민들이 법을 모르고 했으므로 폐쇄조처만 해주면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주택법 시행령을 보면, 주민공동시설에는 헬스장·도서실·경로당·보육시설 등 모든 주민이 이용하거나 노인·유아를 위한 복지시설만 조성할 수 있다. 학원은 사진관·이발소처럼 개별 분양되는 상가(근린생활시설)에만 설치할 수 있다.
2005년 이후 등장한 아파트 안 영어마을은 현재 전국에서 5~6곳 운영 중이며, 운영 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30여곳이 된다고 건설업체들은 말한다. 건설업체 부담으로 시설을 짓고, 첫 1~2년은 수강료도 건설업체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영어마을 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분양 수익성이 큰 상가에는 영어마을을 짓지 않으려 하니 학원 등록이 불가능한 주민공동시설에다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학원 등록을 못하니까 원어민 강사 신고도 할 수 없다”며 “그러다 보니까 주변에서 민원이 제기되면 학원법과 출입국관리법, 주택법 등 각종 법에 걸려 무조건 영업정지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회사의 홍보 관계자는 “영어마을을 언론에다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면서 분양했는데, 광명의 경우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계약자들이 해지를 원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 건설사로서는 대형 사고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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