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용의자에 엇갈린 혐의 적용..수사부실 '논란'
'살인 혐의로 수배된 폭력조직원이 버젓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징병검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까지 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충격적인 일이 실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지난 17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서모(36)씨.
청주의 한 유명 폭력조직원이던 서씨는 1990년 4월29일 청주시 북문로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던 조직원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수배된 뒤 18년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이다 공소시효 만료를 8일 앞두고 검찰에 검거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씨는 도대체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수사기관의 눈을 피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상상도 못할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1997년 7월 무단전출자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서씨는 이듬해 5월 청주의 한 주민자차센터에서 새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뒤 운전면허증을 땄을 뿐만 아니라 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고 제2국민보충역으로 국방의 의무까지 마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12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입건까지 됐으나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으며 2006년에는 한 여성과 결혼한 뒤 태국으로 신혼여행까지 갔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죄에 대해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형사법상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수배 생활을 해야 할 서씨에게 어떻게 이 같은 생활이 가능했을까? 청주지검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시 범행과 관련된 피의자들 가운데 3명에 대해서만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 뒤 달아난 서씨 등 10명은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폭행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서씨 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 이들에 대한 공소내용을 변경한 뒤 기소중지 처분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사실을 몰랐던 경찰은 1997년 서씨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수사를 자체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경찰이 서씨 등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990년대 당시에는 경찰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수배자에 대해 검찰 지시 없이 자체적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할 수 있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검-경의 수사보고 및 지휘 체계의 혼선으로 살인이라는 강력범죄의 용의자는 10여년간 아무 제제도 없이 일반인처럼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10년간 중대범죄 용의자의 수사 종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용의자 검거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청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서씨 등에 대한 수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경찰의 수사 종결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경찰에 수사 재개를 지시해 용의자를 좀 더 일찍 검거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주기적으로 기소중지자에 대한 점검을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며 "경찰과의 수사 지휘 체계는 물론 기소중지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주=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2002년 12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입건까지 됐으나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으며 2006년에는 한 여성과 결혼한 뒤 태국으로 신혼여행까지 갔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죄에 대해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형사법상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수배 생활을 해야 할 서씨에게 어떻게 이 같은 생활이 가능했을까? 청주지검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시 범행과 관련된 피의자들 가운데 3명에 대해서만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 뒤 달아난 서씨 등 10명은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폭행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서씨 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 이들에 대한 공소내용을 변경한 뒤 기소중지 처분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사실을 몰랐던 경찰은 1997년 서씨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수사를 자체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경찰이 서씨 등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990년대 당시에는 경찰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수배자에 대해 검찰 지시 없이 자체적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할 수 있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검-경의 수사보고 및 지휘 체계의 혼선으로 살인이라는 강력범죄의 용의자는 10여년간 아무 제제도 없이 일반인처럼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10년간 중대범죄 용의자의 수사 종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용의자 검거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청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서씨 등에 대한 수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경찰의 수사 종결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경찰에 수사 재개를 지시해 용의자를 좀 더 일찍 검거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주기적으로 기소중지자에 대한 점검을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며 "경찰과의 수사 지휘 체계는 물론 기소중지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주=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