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상 푸시에(왼쪽)-일드프랑스(수도권) 도시경영연구소 부장은 대도시권 확장에 따른 주변지역 도시계획에서 중앙·지방 정부가 어떻게 공동의 체제를 만들어 협력해 나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 니컬러스 펠프스(오른쪽)-영국 런던대 바틀렛 스쿨 교수는 대도시의 확장에 따른 주변 도시지역의 변화와 개발, 주변도시가 다시 대도시에 주는 역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외국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푸시에 부장
“새도시 만들어서 옮기는건 효과 적어”
펠프스 교수
“공공기관 옮긴 뒤 지방 취업기회 늘어” “지역 균형발전의 성공은 중앙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니컬러스 펠프스 영국 런던대 교수) “지역 균형발전은 5년이 아니라, 20년의 투자와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뱅상 푸시에 프랑스 수도권 도시경영연구소 부장) 최근 혁신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보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혁신도시를 비롯해 행정도시, 기업도시 건설이 사실상 축소·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15일 ‘대도시권 성장관리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영국 런던대 바틀렛 스쿨의 니컬러스 펠프스 교수와 프랑스 일드프랑스(수도권) 도시경영연구소의 뱅상 푸시에 부장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많은 시간과 돈, 정책 일관성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펠프스 교수는 “영국은 1930년대부터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세워 현재까지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1960년대에는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가고, 지역의 취업기회가 늘어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국은 1960년대부터 3차례에 걸쳐 런던에서 지방으로 수십개 공공기관을 이전했고, 1988년까지 모두 4만900명의 공무원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런던에서 일하는 공무원 비중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또 최근 BBC가 스포츠 제작 부문을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옮겼는데, 이것은 상당한 파급력을 일으켜 주목받고 있다고 펠프스 교수는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7년 수도권 발전과 지방의 낙후를 보여주는 <파리와 프랑스의 사막>이라는 상징적인 책이 나왔다. 파리 집중이 심했던 프랑스도 1950년대부터 기업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 중앙정부의 권한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다. 프랑스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2000년대 초까지 파리에서 78개 도시로 1만3천명의 공무원들이 이전했다. 푸시에 부장은 “지역이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펠프스 교수는 “1930년대에는 제조업체를 런던에서 뉴캐슬이나 맨체스터, 리즈 등 지역으로 옮기려 했지만, 당시에도 첨단 산업은 런던에 남으려고 했다”며 “1960년대에는 정부가 관심 갖고 활발하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으나, 정부의 의지가 약해지면 다시 위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신도시를 만들어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대체로 실패했다. 푸시에 부장은 “프랑스에서 마르세유 주변에 신도시를 지어 중공업을 육성하려 했으나, 20년이 지난 현재 주민이 2만명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살고 싶어하는 기존 지방 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푸시에 부장은 한국의 행정도시든, 혁신도시든 신도시를 만들어서 옮기는 것은 균형발전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발전 정책을 수십년 동안 추진해온 영국과 프랑스의 경험에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 푸시에 부장은 “균형발전은 5년이 아니라, 20년 이상 걸리는 문제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넘겨주고, 동반자 관계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시에 부장은 지방자치의 전통이 있는 스페인에서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빌바오’라는 좋은 지방도시가 성장했다는 점을 들었다. 빌바오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도시로 지난 10여년 동안 구겐하임 미술관 등 문화공간의 건립, 교통과 산업의 개선으로 유명해졌다. 펠프스 교수는 “런던이 세계적인 도시가 된 것은 역사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는 관심을 갖고 지방에 적절히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의 경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지방과 수도권 발전이 동반자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시에 부장은 “파리는 전체 프랑스를 선도하고, 다른 지역의 발전을 자극한다”며 “중요한 것은 파리와 지방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리 수도권과 런던 수도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인구비중은 각각 19%, 26%이며, 서울 수도권은 48%에 이른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새도시 만들어서 옮기는건 효과 적어”
펠프스 교수
“공공기관 옮긴 뒤 지방 취업기회 늘어” “지역 균형발전의 성공은 중앙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니컬러스 펠프스 영국 런던대 교수) “지역 균형발전은 5년이 아니라, 20년의 투자와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뱅상 푸시에 프랑스 수도권 도시경영연구소 부장) 최근 혁신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보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혁신도시를 비롯해 행정도시, 기업도시 건설이 사실상 축소·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15일 ‘대도시권 성장관리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영국 런던대 바틀렛 스쿨의 니컬러스 펠프스 교수와 프랑스 일드프랑스(수도권) 도시경영연구소의 뱅상 푸시에 부장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많은 시간과 돈, 정책 일관성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펠프스 교수는 “영국은 1930년대부터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세워 현재까지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1960년대에는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가고, 지역의 취업기회가 늘어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국은 1960년대부터 3차례에 걸쳐 런던에서 지방으로 수십개 공공기관을 이전했고, 1988년까지 모두 4만900명의 공무원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런던에서 일하는 공무원 비중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또 최근 BBC가 스포츠 제작 부문을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옮겼는데, 이것은 상당한 파급력을 일으켜 주목받고 있다고 펠프스 교수는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7년 수도권 발전과 지방의 낙후를 보여주는 <파리와 프랑스의 사막>이라는 상징적인 책이 나왔다. 파리 집중이 심했던 프랑스도 1950년대부터 기업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 중앙정부의 권한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다. 프랑스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2000년대 초까지 파리에서 78개 도시로 1만3천명의 공무원들이 이전했다. 푸시에 부장은 “지역이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펠프스 교수는 “1930년대에는 제조업체를 런던에서 뉴캐슬이나 맨체스터, 리즈 등 지역으로 옮기려 했지만, 당시에도 첨단 산업은 런던에 남으려고 했다”며 “1960년대에는 정부가 관심 갖고 활발하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으나, 정부의 의지가 약해지면 다시 위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신도시를 만들어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대체로 실패했다. 푸시에 부장은 “프랑스에서 마르세유 주변에 신도시를 지어 중공업을 육성하려 했으나, 20년이 지난 현재 주민이 2만명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살고 싶어하는 기존 지방 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푸시에 부장은 한국의 행정도시든, 혁신도시든 신도시를 만들어서 옮기는 것은 균형발전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발전 정책을 수십년 동안 추진해온 영국과 프랑스의 경험에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 푸시에 부장은 “균형발전은 5년이 아니라, 20년 이상 걸리는 문제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넘겨주고, 동반자 관계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시에 부장은 지방자치의 전통이 있는 스페인에서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빌바오’라는 좋은 지방도시가 성장했다는 점을 들었다. 빌바오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도시로 지난 10여년 동안 구겐하임 미술관 등 문화공간의 건립, 교통과 산업의 개선으로 유명해졌다. 펠프스 교수는 “런던이 세계적인 도시가 된 것은 역사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는 관심을 갖고 지방에 적절히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의 경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지방과 수도권 발전이 동반자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시에 부장은 “파리는 전체 프랑스를 선도하고, 다른 지역의 발전을 자극한다”며 “중요한 것은 파리와 지방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리 수도권과 런던 수도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인구비중은 각각 19%, 26%이며, 서울 수도권은 48%에 이른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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