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69·사진)
이수빈 회장, 이건희 소유 ‘생명’ 주식 3.74% 보유
학계 “얼굴노릇 하려면 자신 의혹부터 털어야 순리”
학계 “얼굴노릇 하려면 자신 의혹부터 털어야 순리”
이수빈(69·사진) 삼성생명 회장이 28일 청와대와 재계의 회동 자리에 참석함으로써 삼성그룹의‘얼굴’로 공식 데뷔한다. 삼성그룹이 22일 경영 쇄신안을 발표한 지 6일 만이다.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대표하게 된 이수빈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그를 두고 ‘얼굴 마담’에 지나지 않는 허세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는 쇄신안에 따라 ‘투명 경영’의 기반을 닦는 것을 비롯해 삼성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책임자다.
삼성의‘투명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한 축을 맡아야 하는 그에겐 아킬레스건이 하나 남아 있다. 실제론 이건희 회장 몫임에도 아직 그의 이름으로 돼 있는 ‘삼성생명 주식’이다. 이 차명 주식은 삼성 관련 의혹의 핵심 중 하나였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이수빈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3.74%(74만88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 특검팀은 이에 대해 실제 주인은 이건희 회장이라고 결론을 낸 바 있으며 삼성 쪽은 지난 22일 경영 쇄신안 발표 때 실명화를 거쳐 누락된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이나 이수빈 회장 모두 이 차명 주식의 취득 시기와 경위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회장의 지분은 개인주주로는 이건희 회장(4.54%) 다음으로 많은 물량이다. 현명관 삼성물산 전 회장(1.40%)이나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0.47%)보다 훨씬 많다. 삼성생명 주식이 24일 현재 명동 등 장외시장에서 주당 77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수빈 회장 명의의 차명 주식은 약6천억원에 이른다.
학계를 비롯한 삼성그룹 바깥에선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맥락이 닿아 있는 삼성생명 차명 주식을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속시원히 밝혀 삼성 쇄신안의 진정성을 높여 줘야 한다는 주문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결 상태로 남은 의혹을 그대로 안고 있는 처지로는 삼성 문제의 매듭을 풀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대외적으로 (삼성의) 얼굴 노릇을 하려면, 최소한 자신에게 쏠린 의혹부터 털고 가야 순리”라며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차명으로 보유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해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삼성의 얼굴이 된 사람으로서 최소한 이건희 회장에게 본인의 명의를 빌려준 행위에 대한 사과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회장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한겨레>는 24일과 25일 이틀간에 걸쳐 차명 재산을 보유하게 된 경위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 회장은 응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비서실을 통해 “지난 22일 그룹에서 발표한 내용 외에 더 할 말이 없다”는 뜻을 전해왔을 뿐이다. 삼성 쇄신안에서 밝힌 ‘투명 경영’약속과는 맞지 않는 모양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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